다르덴 형제 "좋아하는 韓감독 이창동…세상 바꾸는 영화는 없다" [N인터뷰]①

정유진 기자 2023. 4.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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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런 영화를 왜 만드냐고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영화는 항상 중심에 소외 계층 아이들과 인물들이 존재하는데 어쩌면 그들의 존재감을 우리 영화를 통해 나타내고 싶은게 아닌가 싶어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벨기에 출신 세계적인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72) 뤽 다르덴(69) 형제의 영화들에서는 반복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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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다르덴 형제 감독 인터뷰
두 차례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거장들
다르덴 형제/ ⓒChristine Plenus

(전주=뉴스1) 정유진 기자 = "우리가 이런 영화를 왜 만드냐고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영화는 항상 중심에 소외 계층 아이들과 인물들이 존재하는데 어쩌면 그들의 존재감을 우리 영화를 통해 나타내고 싶은게 아닌가 싶어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벨기에 출신 세계적인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72) 뤽 다르덴(69) 형제의 영화들에서는 반복되는 것들이 있다.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흔들리는 화면과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벨기에의 작은 도시 세랭,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선 이들의 삶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점이다. 이번에 개막작으로 선보이게 된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난민으로 벨기에에 들어오게 된 아프리카 출신 두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민자의 문제가 새로운 게 아닌 건 알고 있어요.우리의 영화에서 이민자가 주인공이 된 것은 '토리와 로키타'가 처음입니다. 오래된 이슈라고 해서 우리가 다루면 안 되겠다 하고 질문하는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찍고 싶은 영화와 그런 주제를 다룹니다."(뤽 다르덴)

'토리와 로키타'에서는 친남매는 아니지만 친 남매만큼이나 끈끈한 토리와 로키타가 고향이 아닌 낯선 곳 벨기에에서 생존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로키타는 난민 인정을 받은 토리가 자신의 친동생이라고 속여 신분을 보장 받으려고 한다. 신분을 보장 받아야 교육을 받고, 가정부로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인터뷰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는 좀처럼 쉽지 않다. 전화기 너머로는 고향 집에서 다섯 동생을 부양 중인 어머니가 어려움을 호소해 오고 밖에서는 불법 체류 브로커가 빚 독촉을 해오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로키타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토리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토리와 로키타'/ⓒChristine Plenus

"이민자들은 이민을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습니다. 혼자 이민을 하면 매우 어렵죠. 같은 지역에서 온 사람이나 아는 지인이거나, 그 나라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필수에요. 토리와 로키타의 사이가 친구라는 가정 하에서 우정이 있어야 그들이 살아남을 수있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어요. 뻔한 스토가 있을 수 있었어요. 그래도 배신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면 둘 중 한명이 바람을 피우거나 하는 스토리를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끝까지 지키는 숭고한 우정을 그리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뤽 다르덴)

다르덴 형제 감독은 사회적인 주제를 사실주의적 방식으로 다룬 여러 편의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무려 여섯 번 수상했다. 그 중 '로지타'(1999)와 '더 차일드'(2006)는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거장이지만 영화에 애정이 깊은 나라, 한국에는 처음 방문했다. 당초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두 사람을 2020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하려고 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 차례 이를 무산한 바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전주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동생 뤽 다르덴이 한국에 오자마자 한 일들을 나열했다. 과연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영화를 소개하고 인터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습니다. 우리랑 같이 다녀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계속 같이 다녀요. 한국 전통 차도 맛 봤고 굉장히 맛있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잠도 좀 자려고 하고 있고요. 그리고 또 사람들도 만나고 다닙니다."(뤽 다르덴)

다르덴 형제/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형인 장 피에르 다르덴은 개막작으로 상영된 자신들의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니 어땠느냐고 묻자 "우리 영화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어제 스크리닝을 할 때는 보지 않았고 우리가 직접 우리의 영화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죠. 꼭 봐야하는 상황은 칸 영화제 단 하나 뿐이에요.(칸 영화제는 공식 상영 때 집행위원장과 영화 감독이 다함께 입장해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극장에서 퇴장하는 관례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저희 영화를 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드셨으면 하고 상상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장 피에르 다르덴)

앞서 두 사람은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통해 한국을 알았고, 또 그렇게 봤던 한국을 직접 보고 싶어 방문했다고 인사한 바 있다.

"우리 둘 다 좋아하는 감독이 이창동 감독이에요. 이창동 감독의 모든 작품을 잘 봤고 좋아합니다. 그 작품들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어요. 우리가 이렇게 이창동 감독을 좋아하는 건 그가 우리랑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54년생이더군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장르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인물들을 그려낼 때 한국 사람, 한국 풍경, 도시 거리를 묘사할 때도 그대로 현실적인 방법을 통해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서 큰 인상을 남겼어요. 그 뿐만 아니라 봉준호, 김기덕 감독님 작품도 좋아합니다."(뤽 다르덴)

다르덴 형제/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사회적 소외 계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스타일 때문에 두 사람이 영화를 통해 거창한 일을 꿈 꾼다고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만드는 영화는 없다"고 대답했다.

"글쎄요. 광고 영상, 독재 시대의 프로파간다 영상들 외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만드는 영화는 없다고 봅니다. 저희 영화는 인물들의 탄생에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토리와 로키타'를 만들 때 주목한 점은 토리와 로키타가 실존하는 인물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이었어요. 관객 한 분 한 분이 영화를 보셨을 때 영화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고 실제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난관을 해쳐나가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듭니다.영화가 굉장히 미약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독재 사회에서 영화를 왜 자꾸 못 하게 하는지를 보면 그런 게 겁이 나는 게 아닐까요? 영화 뿐 아니라 소설이나 그 외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없어지고 억압을 받았던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②에 계속>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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