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숲길부터 한지 체험까지... 골라 가는 당일 나들이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강원 원주는 바다만 없을 뿐 사통팔달 교통 중심지다. 그만큼 관광 자원이 다양하고 서울에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인기있는 곳이다. 청량리역에서 KTX를 이용하면 중앙선 원주역이나 강릉선 만종역까지 채 50분이 걸리지 않는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원주종합터미널에 도착한다. 대부분의 원주 시내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이동이 편리하다. 운행 횟수가 적은 일부 노선은 원주시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험준한 치악산, 걷기 좋은 구룡사 숲길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매표소를 지나 절까지 1km 남짓 황장목 숲길이 이어진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숲길을 걷다가 전망대에 멈추면 발아래는 티 없이 맑은 초록빛 계곡이다. 산새와 물소리, 자연의 소리를 듣노라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출렁다리 부근 구룡소는 진짜 비경이다. 이어지는 작은 폭포 아래 신비스런 연못이 에메랄드 물을 가득 머금고 있다.
흥미로운 설화도 전해진다. 의상대사가 연못을 메워 절을 세우려 하자 이곳에 살던 아홉 마리 용이 결사반대했다. 결국 의상은 도술로 용을 물리치고 구룡사(九龍寺)를 창건했다. 세월이 흘러 쇠락을 거듭하던 차에 한 도승이 절 이름을 구룡사(龜龍寺)로 고쳐 현재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사천왕문과 보광루를 지나 대웅전에서 돌아보면 치악산에 안긴 산사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입장료 성인 3,000원. 41번 버스(옛 원주역 경유, 주중 15회 운행), 41-2번 버스(원주터미널 경유, 일·공휴일 4회 운행) 구룡사 정류장 하차.
사진 찍기 좋은 용소막성당
원주 남쪽 신림면의 용소막성당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다. 횡성 풍수원성당, 원주 원동성당에 이어 강원도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성당이다. 1915년 시잘레(Pierre Chzalle) 신부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100년이 넘은 현재도 단아하고 아름답다. 주변으로 다섯 그루 느티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이 특히 인상적이다. 21번 버스(옛 원주역 경유, 12회 운행) 용암리 정류장 하차, 22번 버스(옛 원주역 경유, 6회 운행) 신림역 하차 후 도보 이동.
지구촌 화폐 총집합 원주세계화폐박물관
지난해 말 개관한 원주세계화폐박물관은 숨은 보물 같은 존재다. 조선시대 상평통보, 유사시 화살촉으로 사용하던 전폐, 100환 동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기념은행권 등 시대별 화폐가 총 망라돼 있다.
1996년 미국중앙은행에서 발행한 100만 달러 한정판 지폐도 있다. 실제 화폐는 아니지만 애틀랜타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백만장자의 행운이 오라는 의미로 선물했던 특별한 기념품이다. 현재 가치는 무려 13억 원에 이른다. 170여개 국, 2,500여 진귀한 화폐를 둘러보면 잠시 세계여행을 하는 듯하다. 13번, 16번 버스 푸른숨휴브레스 정류장 하차 후 1.3km 도보 이동.
대하소설 '토지'를 완성한 곳, 박경리문학공원
대하소설 ‘토지’의 저자 박경리 옛집은 원주 시내 단구동 주택가에 위치한다. 1989년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돼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으나 문화계의 지속적인 건의로 박경리문학공원으로 살아났다. 소설을 모티브로 짧은 산책코스가 조성돼 있다. 작가는 1980년부터 18년 동안 이곳에 거주하며 토지 4, 5부를 완성했다.
토지는 1897년 한가위부터 광복을 맞이한 1945년 8월 15일까지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박경리 문학의 집에 26년에 걸쳐 집필한 5부 21권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전시해 놓았다. 16번 버스 박경리문학공원 하차.
문학공원에서 멀지 않은 원주터미널 근처에 독립서점 '책빵소'가 있다. 각양각색 독특한 디자인으로 된 재미있는 책을 구입할 수 있고, 주인장과의 대화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겁다.
한지의 모든 것, 원주한지테마파크
원주한지테마파크는 한지의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현대를 두루 아우르는 공간이다. 한지역사실에 원주한지의 특징 및 제작과정, 각종 한지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왕오천축국전, 직지심체요절 등 국보 문화재에 시선이 가는데 진본은 아니고 원주한지로 재현한 영인본이다. 한지모빌, 한지인형, 한지부채 등 다양한 체험도 운영한다. 실용적이라 달항아리무드등(1만5,000원) 만들기가 특히 인기다. 6번 버스(20회 운행) 한지테마공원 하차.
5월은 축제의 계절, 원주도 예외가 아니다. 간현관광지에서는 매주 금·토·일 오후 8시 ‘나오라쇼’가 열린다. 5일부터 14일까지 원주한지테마파크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25회 원주한지문화제’에서는 미니부채, 컵받침, 낙수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5월 19일부터 6월 6일까지 판부면 백운산 골짜기에서는 ‘용수골꽃양귀비축제’가 열린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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