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소리 따라하는 AI 괜찮나요…편리하거나 무섭거나[누구냐 넌 上]

기사내용 요약
해외 성우들 "AI가 일자리 위협…나 모르게 대체자 훈련"
국내에서도 사람처럼 말하는 AI 서비스 속속…음성권 이슈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인공지능(AI)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섬뜩할 정도로 정밀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런 놀라운 기술 발전 이면에는 AI가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음성권 이슈가 불거지고, 성우와 같은 직종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언론사 워싱턴포스트(WP)는 AI가 성우의 목소리를 모방한 사례를 공개하며 "목소리는 성우들의 생계다. 이제 AI가 그들의 생계를 없앨 수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된 텍스트 음성 변환 서비스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기술 또는 언어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장 사실적인 텍스트 음성 변환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 회사는 97%가 사람의 음성인지, AI로 만들어낸 음성인지 구분을 하지 못한다면서도 "사람의 목소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확장 가능하고 시간을 절약하며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성우 레미 미셸 클라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27달러만 지불하면 사이트에서 실제와 같은 목소리를 쓸 수 있는데 어떤 회사가 30초 녹음을 위해 (성우에게) 2000달러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성우 협회 회장인 팀 프리들랜더 역시 "성우들은 자신도 모르게 대체자를 훈련시키고 있다"며 "무섭다"고 밝혔다. 생성 AI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초상권·데이터 저작권 문제에 예민한 미국조차 개인의 목소리는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흘러 나왔다. 대니얼 저베이스 밴더빌트대 로스쿨 교수는 WP에 "연방 저작권법은 개인의 목소리를 보호하지 않으며 현지 법률은 주마다 다르다"며 "유럽과 미국 사이에도 큰 간극이 있다. 유럽연합(EU)이 훨씬 더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내 목소리로 감정 담아 말하는 AI 나온다…국내 서비스 등장

음성합성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생성 AI 음성 개발에 열을 올리며 관련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령, KT는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목소리를 AI로 구현해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선보였다. 음성합성 콘텐츠 제작 플랫폼 'KT AI 보이스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마이AI보이스' 기술을 활용해 AI 목소리를 만들었다.

KT의 음성합성 기술은 제공된 30문장만 녹음하면 내 음성과 똑 닮은 목소리를 생성해준다.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 활용하는 낭독 톤 뿐만 아니라 구어체를 표현하는 대화 톤, 시를 읽어주는 절제 톤까지 3가지 감정을 적용했다.

생성 AI 음성기술 전문기업 자이냅스도 초등학교 전자도서관 플랫폼 북토비와 함께 AI 음성합성 기술 기반의 키즈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AI가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성우가 녹음한 것만큼의 질을 확보하면서도 손쉽게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자이냅스의 음성합성 기술은 사용자가 48문장만 녹음하면, AI가 사용자의 음성을 생성해 2가지 감정을 섞거나 피치 등을 자유롭게 변형해 다양한 감정 연기까지 넣은 AI 목소리를 만들 수 있다. 또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책과 어울리는 감성의 목소리로 나만의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9월 AI 음성 처리 분야 세계 최대 규모 학술대회에서 사람처럼 말하는 AI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임단⋅정성희⋅김의성 연구원은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연스러운 고품질 음성 개발 방법론을 제안했다. 이는 '카카오 i 커넥트 센터', '헤이카카오' 등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딥러닝 음성합성이 쓰이는 모든 서비스에 적용돼 있다.

이 외에 NHN클라우드의 텍스트 음성변환 기술과 친구·가족·본인의 목소리를 이용한 사람의 감정까지 표현하는 음성합성 기술도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내 목소리 훔쳐 배우는 AI…내 기본권 침해?

이런 생성 AI 서비스가 고도화될 수록 음성권의 중요성도 부각될 전망이다. 그동안 초상권과는 달리 음성권은 분쟁 사례가 크게 없었다. 최근 판례에서 음성권 역시 국민의 기본권리로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동의 없이 특정인의 목소리를 땄을 경우 불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인격권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지만, 법 이론과 법원의 판례를 통해 인격에 관한 권리를 중요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도 유명인의 '음성'을 비롯해 성명, 초상, 서명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저작권법상에서도 AI 음성합성 기술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AI가 학습하는 저작물에 대한 마땅한 규정이 없다.

지난달 2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인공지능(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 제2차 회의를 가졌다. 워킹그룹은 앞으로 ▲이용자 관점에서 공정이용과 관련된 저작권 쟁점 ▲권리자 관점에서 적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저작권 법제도 ▲AI 산출물과 관련된 저작권 등록제도 ▲ 오픈소스 라이선스와 저작권 침해 문제 등 보다 심층적인 저작권 쟁점을 순차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AI 음성 서비스를 선보인 KT 측은 "저작권법 등 법률 검토 하에 목소리 제공자의 권리, 음성 제공 범위를 협의 완료한 AI 음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불특정 음성을 활용한 사업 계획은 현재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AI 음성 서비스 제공 회사 역시 "본인의 음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관련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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