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여정, 바이든에 “미래없는 늙은이” 윤통에 “못난 인간”

[2023 한-미 정상회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겨냥해 “정권 종말”을 입에 올린 사실을 거론하며,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자 “늙은이의 망녕”이라고 막말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중통)에 보도된 “입장”을 통해 “가장 적대적인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한 것은 우리가 쉽게 넘겨줄 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윤 대통령을 “그 못난 인간”이라 폄훼하고는 “우리는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는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적들이 핵전쟁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하여 증대될 것”이라 엄포를 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함께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 국가들에 핵공격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을 두고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 규정했다. 이어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며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선언’은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핵협의그룹(NCG) 설립”하고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정례적 한국 기항 계획을 밝히는 한편, 윤 대통령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준수 의지 재확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우리 국가에 대한 워싱턴과 서울의 위정자들과 군부 호전광들의 적대적 흉심을 재확인”했다며 “우리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고 말했다. “억제력의 제2 임무”란, 핵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을 뜻한다. 그러곤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의 “입장”은 대외용인 <중통>에만 실리고, 일반 인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중통을 통한 입장 표명’ 형식은 김 부부장이 이전에 대남·대미 태도를 밝힐 때 써온 ‘담화’에 비해 공식성과 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김 부부장은 “입장”에서 윤 대통령은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선 실명은 거론하지 않고 “미국 대통령”이라거나 “적국 통수권자”라 칭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