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평범한 사람들의 유쾌한 반전[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이병헌 감독은 ‘말맛 코미디’로 유명하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어느 한쪽이 엉뚱한 말을 내뱉는데, 그 말에 딱히 반박하기 힘든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 ‘드림’에서 축구선수 출신 홍대(박서준)는 홈리스 월드컵을 준비하는 노숙자들에게 축구를 가르친다. ‘내가 왜 이런걸 해야 하나’라는 표정으로 짜증을 부리자,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이 불러 대화하는 장면을 보자. 홍대는 소민에게 “혹시 미친년이세요? 정상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소민은 “미친 세상에서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니야?”라고 대꾸한다. 홍대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젠장!”이라고 수긍한다.
이병헌 감독 영화의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는 그들의 이면에 있는 고민과 좌절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과정을 유쾌한 ‘말맛 코미디’로 녹여낸다.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씨’에서 루저처럼 보이는 네 명의 친구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채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가 괜한 싸움에나 휘말린다. 그러다 마지막에 이르러 농담처럼 나누었던 방귀 냄새 이야기로 단편영화를 찍는다. 이 영화는 현실에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이들은 능력이 없지만 열정 하나 만으로 무엇인가를 해냈다.
‘극한직업’도 평범한 사람이 숨어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는 이야기다. 실적은 바닥에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을 이끄는 고반장(류승룡)은 승진도 누락되고 후배에게 밀리는 신세다. 그런 그가 수원왕갈비통닭으로 대박을 터뜨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온몸에 칼을 맞고도 죽지 않는 ‘좀비’로 불리는 그도 치킨집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는 수완을 발휘한다. 마치 ‘힘내세요, 고반장’처럼 다가온다.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무슨 일을 하든 누구나 자신이 모르는 능력과 재주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모두 활용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그는 ‘드림’에서 노숙자의 축구 실력을 보여준다.
이병헌 감독이 꼽는 인생 영화는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루저 가족이 막내딸의 어린이 미인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이야기인데, 누가 봐도 예쁘지 않은 딸을 위해 가족은 온 힘을 다해 응원한다. 극중 할아버지는 “진짜 패배자는 시도도 안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이병헌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살아가기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건 과정 안에 있는 거기 때문에 승패를 가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이 실화 소재의 ‘드림’을 만든 원동력이다. 실제 한국은 홈리스 월드컵에서 11전 1승 10패의 성적을 거뒀다. 그들에게 승패는 중요한게 아니다.
이병헌 감독도 ‘드림’의 소민처럼 미친 듯이 살아왔다. 그는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다. 영화계 근처도 가지 못했다.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계속 글을 썼고, ‘과속스캔들’ ‘써니’의 각색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부모님도 “저러다 말겠지”하고 내버려 뒀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원하는 것에 미치고 싶으면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림’의 홍대, 소민, 그리고 노숙자들이 축구에 미쳤듯, 그도 영화에 미쳤다. 그 과정의 도전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힘내세요, 병헌씨’에 수록된 마마고릴라의 ‘파이어댄스’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뭐든지 할 수 있을거야. 자신을 믿고 부딪혀봐. 생각대로 쉽진 않겠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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