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쥐꼬리 이익률' 속 탐욕과 농락
구글코리아 매출 턱없이 적어
앱마켓 매출도 있을텐데…
구글플레이 실적 싱가포르에 귀속
당연히 구글코리아 법인세도 적어
애플, MS 한국법인 상황도 비슷해
문제 해결할 디지털세 논의는 답보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에 차린 법인엔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실적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신통치 않다는 거다. 단적인 예로 검색뿐만 아니라 유튜브ㆍ구글플레이로 무장한 구글의 한국법인 실적은 경쟁업체 네이버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 내는 법인세도 쥐꼬리만큼 적다. 글로벌 빅테크의 민낯 두번째 편이다.
우리는 앞서 첫번째 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끌어낸 '넷플릭스 3조원 투자'의 그림자를 살펴봤다. 넷플릭스가 베팅한 돈으로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건 반길 일이지만, 가뜩이나 우월한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지는 건 문제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매출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에 보낸다. 투자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하는 경향도 있다. 넷플릭스가 지배하는 국내 OTT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전형이다.
문제는 넷플릭스만 이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커다란 장사판을 벌인 글로벌 빅테크의 행태는 모두 비슷하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글로벌 빅테크의 민낯이 드러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전엔 '깜깜이'였던 빅테크의 한국 사업 실적은 2020년부터 실체를 드러냈다.
그해 신외감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유한회사(자본 또는 매출 500억원 이상)도 외부감사를 받고 이를 반영한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전까진 이들 기업이 얼마나 벌고, 얼마나 내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다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에서 매년 조 단위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는 만큼 기여도 하고 있을까. 구글부터 살펴보자.
■ 빅테크 한국서 웃지만… = 구글의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는 한국에선 대세 앱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인 앱이 바로 유튜브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의 사용시간은 175억 시간으로 2위 카카오톡(66억 시간), 3위 네이버(45억 시간)를 크게 앞섰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따져보면 4065만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5174만명이라는 걸 고려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유튜브를 즐기고 있다는 거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이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데, 이 휴대전화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역시 구글 작품이다.
앱마켓 시장 역시 사실상 '구글 천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4~2019년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 점유율 중 80~95%를 구글의 앱마켓 구글플레이가 차지했다. 구글은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 "경쟁 앱마켓에 앱을 출시하지 말라"고 종용할 만큼의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448억원, 영업이익은 277억원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맞수로 꼽히는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원, 1조3407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실적이다.
더구나 1년 새 구글코리아의 수익성(영업이익 5.3% 감소)은 되레 악화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6월부터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를 의무화했다는 걸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실적이다.
인앱결제는 구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을 말한다.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면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은 유료앱이나 콘텐츠의 결제수익 일부가 구글에 돌아간다. 구글은 과거 게임에만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적용해 오다가 지난해 6월 모든 앱에 확대 적용했다.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적은 것도 아니다. 매출의 최대 3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주요 OTT, 웹툰 등은 인앱결제 시행 전후로 결제금액을 상향조정했다. 구글에 수수료를 더 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행세'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셈인데, 그렇다면 구글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전년보다 더 늘어났어야 했다.
그럼 구글의 수익이 악화한 이유는 뭘까. 이 질문의 답은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네이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유도 함께 설명해준다. 구글플레이의 매출은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의 몫으로 잡힌다. 고정사업장, 이를테면 서버가 싱가포르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소비자가 돈을 내고 한국 기업이 수수료를 내는데도 구글코리아의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법인 매출을 두고 구글 측은 "검색과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모회사 알파벳에 계열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마케팅 용역 등에서 기인한 수익, 하드웨어 판매 수익 등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많이 남기면 많이 내는 법인세가 적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법인세로 169억원을 납부했다. 반면 네이버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4105억원이었다.
아이폰으로 삼성전자의 안방인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흔들고 있는 애플코리아 역시 다르지 않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에서 매출 7조3348억원, 영업이익 8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에 불과하다. 애플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30%가 훌쩍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준인데, 이유가 있다.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는 6조9900억원이다. 매출의 95.2%가 원가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애플코리아가 해외 애플 판매망에서 기기를 들여올 때부터 매출원가를 높게 잡은 탓이라고 분석한다.
아울러 애플코리아는 주식 배당금으로 9809억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본사로 돌아간다. 이익이 적으니 당연히 법인세 비용도 적다. 애플코리아는 그해 502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매출 대비 0.6%에 불과한 수치다.
구독형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 365' 제품군과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통해 B2B 시장 주도권을 꽉 쥐고 있는 한국MS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연간 기준(2021년 7월 1일~2022년 6월 30일) 매출 1조3247억원, 영업이익 725억원을 기록했다. 법인세 비용은 162억원에 그쳤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AWS는 이런 숫자를 아예 볼 수조차 없다. AWS의 한국법인이 신외감법 시행을 앞두고 외부감사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글로벌 빅테크는 플랫폼 사업 형태를 띠고 있는데, 플랫폼의 특징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효용이 커진다는 점이다. 덩치가 큰 플랫폼에 더 많은 고객이 모이고, 작은 플랫폼은 도태하기 쉽다. 대형 플랫폼 기업은 시장 지배를 넘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들 기업이 '인앱결제 강제화 논란' '망 사용료 징수 논란'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빚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과연 글로벌 빅테크가 이런 영향력만큼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지 우리는 확인할 길이 없다."
■요원한 디지털세 도입 = 사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에서만 잡음을 내고 있는건 아니다. 홍기용 인천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는 전통적인 조세시스템인 '고정사업장' 없이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모든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세계 어디라도 고정사업장을 둘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은 전략적으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가진 국가나 지역에 본사나 서버, 또는 고정사업장을 뒀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수익을 실제로 창출하는 국가가 아니라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세원을 이전하고 있다는 '조세회피'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에 세금을 제대로 징수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한 국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디지털세'다. 2021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합의했다.
합의된 디지털세는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필라1)'과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필라2)'으로 구성돼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과세권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일부 주고,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법인세율을 최저 15%로 정한 게 골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대원칙을 구현하자는 거다.
이중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은 올해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세부 사항을 조율하지 못한 탓에 시행 시점이 내년으로 밀렸다. 사실 국가간 의견차가 워낙 커서 2024년 시행도 장담하긴 어렵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디지털세가 시행되면 공정하게 과세권을 배분할 수 있지만, 도입 영향이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시행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진행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든 구글이든 한국에 투자를 단행하거나 투자액을 늘리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투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큰코다칠 수 있다. 매출의 80~90%를 앉은자리에서 받을 수 있는 시장에 베팅하지 않는 바보 같은 투자자는 없어서다. 대통령이 나서 투자를 유치했든 얼굴마담 역할만 했든, 지금 한국은 누군가 나서지 않아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뛰놀기 좋은 '놀이터'임에 분명하다.
그들이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면, 그 속내와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축포나 터뜨릴 때가 아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