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M부스] '무용지물' 재난안전통신망, 그리고 행안부의 거짓말들
1조 5천억 투입하고 무용지물이었던 '그 시스템'
지난해 11월, MBC는 10.29 참사 당시 제대로 쓰이지 못했던 '재난안전통신망' 문제를 고발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단독] '세월호 참사' 막겠다며 1조 5천억 들인 '재난안전통신망', 작동 안 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23581_35744.html
무려 1조 5천억 원이 투입되는 '재난안전통신망'.
이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된 계기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였습니다.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던 소방과 해경, 해군은 서로 다른 통신망을 쓰면서 원활한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희생은 더 커졌습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 당시 박근혜 정부는 유관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재난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333개 국가기관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2025년까지 1차적으로 투입되는 예산만 모두 1조 5천억 원. 망 구축에 3천6백억 원, 단말기 구매비 4천억 원, 운영비 7천억 원 등입니다. 이후에도 매년 유지비로 1천5백억 원가량이 꾸준히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렇게 지난 2021년 5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10.29 참사'
하지만 '재난안전통신망'은 참사 당일 밤 11시 41분에나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그나마 재난대응 기관의 상호 소통에 사용된 시간은 총 195초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당시 공개적으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지난해 11월 7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 "재난기관 간 상호 소통을 위해 어떻게 또 활용도를 높이고, 실제 적용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 중에 있습니다."
재난안전통신망 보존 기한이 '3개월'?
MBC는 보도 이후에도 재난안전통신망의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내역에 대한 답변서입니다.
작년 1월부터 6월 사이 발생한 재난에 대한 활용 내역을 요청했더니 '보존기간 3개월이 지나서, 제출할 수 없다'고 답합니다.
답변대로라면 다섯 달이 지난 '10.29 참사' 당시 교신 내역도 폐기했다는 뜻이 됩니다.
<뉴스타파>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자, 유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까지 열고 "스스로 증거를 은폐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송진영/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지난 4월 18일)] "행안부는 폐기될 것을 알고도 묵과했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파면할 것을 촉구합니다."
"1년 6개월 전 자료까지 제출‥"통화내역은 보관"
'3개월 후 폐기'라는 행안부의 설명은 사실이었을까요?
행안부가 지난해 11월, 비슷한 질문에 국회에 보낸 답변서를 확보해 비교해봤습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울진산불, 그리고 21년 5월의 제주 불법 선박대응 당시 활용 내역까지 포함돼있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1년 반 넘게 지난 교신내역까지 자료로 제출했다는 뜻입니다.
행안부의 이번 설명과는 배치됩니다.
왜 답변이 달라졌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행안부는 지난 11월 제출했던 건 '통화량'이었고, 이는 3개월이 지나도 보관되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이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에 국회가 요청한 자료는 이 범위를 넘어서는 '녹취'였고, 녹취는 규정에 따라 3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제로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및 사용에 관한 규정'을 보면 '녹취한 정보는 3개월 간 저장 관리하여야 한다'고 돼있기는 합니다.
행안부의 거짓말들
그런데 지난달 국회가 요청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행안부의 해명은 너무나도 엉뚱했습니다.
국회가 요청한 자료에는 통화참여기관, 통화 총시간 등 활용 내역만 적혀 있을 뿐, '녹취'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는 요청한 적도 없고 다른 자료를 요청했는데, 녹취를 요청했으니 3개월이 지나 자료가 없어 제출할 수 없다고 해명한 셈입니다.
거짓말은 또 있었습니다. 다시 지난해 11월 자료로 돌아가 볼까요.
행안부는 여기서는 또 국회에 재난안전통신망의 수신, 발신 통화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즉 지난해 11월에는 '녹취가 안 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는데, 올해 3월에는 '녹취는 되는데 3개월이 지나 자료가 폐기됐다'고 말이 바뀐 겁니다.
기존 입장을 어째서 뒤집은 걸까요. 행정안전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통신망과 관계자] "'그걸 왜 그때 몰랐을까'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이 녹취는 운영하면서 아무도 접근을 해본 시스템이 아니에요. 접근을 한 번도 안 해본 시스템이라서 저도 있는지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 거짓 답변을 하거나 자료를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녹취기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국회에 잘못된 답변을 해온 겁니다.
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통신망을 제대로 활용하겠다고 홍보만 하면서, 뒤에서는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삭제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올 수밖에 없었겠죠.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처음에는 통화내용이 저장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가 이제는 저장되는 줄 몰라서 제출 못 했다고 답변을 한다"며 "이상민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서 뭔가 은폐하고 있다는, 그래서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조 5천억짜리 시스템, 제대로 운용은 가능할까
행안부는, 10.29 참사 당시의 통신 기록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별도로 백업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재난안전통신망의 기록 보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계속 머리에 맴도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과연 행안부는 이 거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할 능력이 있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MBC가 재난안전통신망 문제를 보도한 지 정확히 1주일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후로 벌써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행안부의 담당 공무원들은 통신망의 기능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1조 5천억 원을 투입한 재난안전통신망이 가동된 지 만으로 2년이 됩니다.
지난주 화요일, 행안부는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하기 위한 첫 현장대원 실전 교육에 나섰습니다.
(취재: 김건휘 gunning@mbc.co.kr /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정태호의원실, 기본소득당 용혜인의원실 )
김건휘 기자(gunni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politics/article/6478925_361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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