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우린 운명공동체, 미국 빼고"…中기업 해외투자 독려하는 시진핑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올해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화력 발전소의 가동은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5대 국영 발전기업 중 하나인 '중국화띠엔'(CHEC)은 이달 캄보디아 남서부 웨스트포트 누크항에 설치한 석탄 화력 발전소를 공식 가동했다. 35만 킬로와트 발전기 2개와 8000톤의 석탄 정박지를 갖춘 캄보디아 내 최대 발전소다. 건설 과정에는 중국 표준과 기술, 장비 등 모든 것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갖춰졌다. 중국화띠엔 관계자는 "중국의 지혜(기술)를 해외에 전달하는 일대일로의 우수 사례"라며 "중국과 다른 국가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경제 협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평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주중 대사들을 만났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70개 국가가 초청됐다. 시 주석은 모든 대사와 한 명씩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누면서 '운명공동체'를 수차례 언급했다. 중국이 국제 사회와 함께 글로벌 발전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다. 현지 매체와 포털은 일제히 시 주석의 만남이 '대국 외교'의 새 여정을 대변한다며 거들었다.
현지 재계는 시 주석의 만남이 이른바 '미국 동맹'을 제외한 국가와의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는 메시지라고 평가한다. 러시아는 물론 스페인, 프랑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의 국가와 함께 거대한 경제 공동체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신화통신은 "중국의 친구는 전 세계에 있다"면서 "싱가포르 등 이웃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주요 기업들이 연초 일제히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것도 비슷한 의도가 깔려 있다. 지난해 게임 부문에서만 245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시총 1000조원대의 거대 IT 기업 텡쉰(텐센트)은 유럽의 게임 회사 인수를 검토중이다. 이미 일부 회사와는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도 미국에 위치한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새 로봇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수천만 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가전 기업의 기세가 매섭다. 콘카그룹은 이집트에 면적 3만㎡의 TV 생산공장을 세우고 JV(합작법인)를 설립했다. 하이얼은 인도에 25개의 서비스 센터와 570개의 매장을 두고 연간 7000억원 규모의 매출, 시장점유율 7%를 기록 중이다. 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국경 분쟁으로 악화되고 있으나 매출은 지속 상승세다. 하이얼은 현지 투자를 더 늘려 LG·삼성을 넘겠다는 포부다.
중국과 유럽을 잇는 직통 열차도 등장했다. 해상 물류에 비해 중국산 가전제품을 유럽에 빠르게 전달하면서도 물류비를 절감해 '메이드 인 차이나' 특유의 가성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지난 1월 창홍그룹은 청두와 충칭을 거쳐 독일 뒤스부르크에 도달하는 '특별 열차'를 운행했다고 밝혔다. 45일의 배송 시간을 10일로 단축하고, 체코에 위치한 생산 기지와도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
한국 재계도 중국의 경제 협력 확대 기조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수를 촉진하는 리오프닝이 시작된 지 3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의 대중 수지는 악화 일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리오프닝으로 현지 소매판매실적이 5.8% 성장세로 돌아서고 소비자신뢰지수도 4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한국의 주력 제품인 IT는 여전히 부진하다. 우리나라의 1분기 중간재 대중 수출도 29.6% 감소했다.
한국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하이센스 등 중국 내 주력 가전 기업은 이미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을 경쟁 상대로 삼았다. 관영 인민일보는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판로 개척과 (상대국의) 산업 발전,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줘야 한다"라며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해외와의 투자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했다.
국내 재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단순히 국제 협력 비중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중국 주도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라면서 "가전이나 화장품, 반도체 등 국내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책 수립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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