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잔재' 논란 안양 '옛 서이면사무소' 문화재 재정비
2001년 도문화재 지정에 주민들 '수탈기관' 등 이유로 반발도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안양1번가 상권의 가운데에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옛 서이면사무소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4월 1일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서이면사무소로 개소했다가 1917년 7월 6일 지금의 자리로 이전됐다.
1941년 10월 시흥군 안양면사무소로 명칭이 변경된 뒤 1949년 8월 14일 시흥군 안양읍사무소 승격 후 민간에 매각돼 삼성의원과 안양옥(음식점)으로 사용됐다.
2000년 10월 10일 안양시가 24억여원을 주고 매입한 뒤 이듬해인 2001년 1월 22일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00호로 지정됐다. 일반에는 2003년 12월부터 공개돼 행정자료와 안양의 독립운동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현재 1층 한옥 모양의 서이면사무소 정문에는 '서이면사무소' 현판이 남아있고, 본채에 들어서면 106년 전 당시 면장이 사용하던 나무 책상과 전화기, 행정문서 등이 보존돼 당시의 행정사를 보여준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 지방 행정사 유적으로 당시 신축 관공서 건물 중 한옥으로 건축된 드문 사례이자 현재 문화재로 지정 '면사무소' 건물 중 가장 오래됐으며, 건축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문화재 지정 이후 서이면사무소 건물은 '친일잔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안양1번가 주변 상인과 주민 등 2천26명이 2015년 9월 일제강점기 수탈기관을 문화재로 인정할 수 없다며 안양시에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문화재 지정으로 인해 반경 300m 이내에서 높이 32m 이하의 건축행위만 허용하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제한 때문에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도 진정서에 포함됐다.
주민들의 진정을 검토한 안양시가 이듬해 4월 문화재 해제 신청서를 경기도에 제출했으나 한 달여 뒤 경기도문화재위원회는 지역에 남은 유일한 고건물로 가치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해제 신청을 부결했다.
그러자 안양1번가 번영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상인과 시민들이 2018년 11월 '서이면사무소 퇴출 운동본부'를 발족한 뒤 2020년 8월 퇴출 제안 공문과 서명부를 시에 제출하면서 4년 만에 다시 친일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번에도 시가 도에 문화재 해제 신청을 했으나, 도 문화재위원회는 다시 부결시켜 서이면사무소는 지금까지 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현재 안양지역 사회에서는 예전만큼 퇴출 여론이 크게 표면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안양시 만안구의 중심 시가지 내 문화재로 인해 지역개발을 저해된다는 인식을 가진 상인과 시민들이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양시가 올해 문화재 활용을 통해 주변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안양시는 이달 7일 '옛 서이면사무소 주변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오는 9월까지 용역을 통해 문화재 활용사업의 방향성 확보, 이를 통한 주변 활성화, 상인과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는 특히 현상변경 허용 기준을 완화해 건축행위 제한 높이를 지금의 32m 이하보다 높이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월 25일에는 안양학술심포지엄을 열어 옛 서이면사무소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 건축 특성과 일제강점기 건축물의 쟁점, 보존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발표와 시민 토론을 진행한다.
이어 8월 현상변경 허용 기준 조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거쳐 9월 경기도문화재위원회에 신청해 심의받을 예정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서이면사무소는 여러 문화재적인 가치를 갖고 있지만, 안양1번가가 안양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줄 수 있는 문화유산 중 하나라는 측면도 있다"면서 "개방 이후 20여년이 지나 노후화된 문화재 시설을 재정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주변까지 활성화할 방안을 도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안양시 집계 결과 서이면사무소 방문자는 2014년부터 2022년 9월 20일까지 총 3만2천329명이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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