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전철 100년 그 흔적을 찾아서

이상현 2023. 4.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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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가 6.25 전쟁으로 소실됐던 금강산 철도, 이제는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 텐데요.

이 철도가 개통된 지 올해 꼭 100년이 됐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해방 직후엔 전 구간이 북한 지역이었고, 전쟁 뒤에도 쉽사리 갈 수 없는 군사분계선 부근이어서 잊혀져 왔는데요.

이 금강산 철도의 흔적을 이상현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일제강점기 시절,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기찻길에서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한장.

금강산으로 수학여행 떠나기 전 이들이 기념사진을 남긴 그때의 철원역은 경원선의 중간 기착지이자 금강산행 열차의 출발지여서 그 어느 곳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지역이었습니다.

1924년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열차이자 전기철도로 철원에서 김화 구간이 우선 개통됐고, 1931년엔 내금강까지 완공됐던 금강산 전철.

개통 100년 째를 맞은 그 금강산 전철의 흔적들을 찾아봤습니다.

철원 노동당사 옆의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들어서면 차로 5분 만에 나타나는 논밭과 나대지.

바로 금강산 전철의 출발지, 철원역이 있던 곳입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100년 전 이곳 철원역엔 보시는 것처럼 2개의 철로가 놓여져 있습니다. 서울과 원산을 오가는 경원선 철로가 하나고요. 바로 옆 이곳이 금강산으로 출발하는 철길이었다고 합니다."

녹슬고 끊긴 철로엔 돌과 잡초만이 무성했고 인파로 북적였던 역사는 야적장 컨테이너들이, 역전 광장은 논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김영규/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거의 초기에 남쪽, 당시 미군의 집중포격을 받는 바람에 (북한 땅이었던 이곳은) 다 불타 없어지고 사라졌거든요. 그 이후 전쟁은 끝났지만 여기가 민통선 안이어서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못들어오는 그러한 곳이 됐기 때문에 이렇게 예전의 영화가 다 사라지고 아무 것도 안 남았습니다."

철원역을 뒤로 하고 금강산으로 향했던 당시의 전철 길을 따라가봤습니다.

군청과 병원, 학교, 주택들이 있던 곳은 지뢰밭으로 변한 채 그 터만 남아 있었고요.

근대 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농산물검사소와 금융조합 건물, 얼음창고도 눈에 띄었습니다.

"여기가 역 앞에 중심가에요 이쪽이. 이 일대가 다 시가지에요 그러니까. 민통선에 막혀 못 들어온거죠."

이후 민통선 밖으로 나와 노동당사 뒤편을 통과하는 금강산 철길은 곧바로 다음 역인 사요역에 도착합니다.

[김영규/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철원역에서 출발한 금강산선이 이쪽 지뢰지역을 통과해가지고 약간 남쪽으로 가고 있고 당분간 남쪽으로 진행하다 저쪽에 가서 동쪽으로 꺾이거든요. 여기 우리가 있는 곳이 예전에 사요리역이 있던 곳이고"

그 다음 역, 동철원역은 물류창고로 변해 있었고요.

동철원역을 지나 건너던 하천엔 당시 교각만이 이곳이 전철이 통과했던 철길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장광오/철원 주민] "저 산 밑으로 전철이 나갔어요, 저 지뢰밭으로 해서. 여기 지금 정미소 지은 데로 해서 (철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지. 논 만들고 다 없어졌지. 다 뜯어가고 고물로 팔려고"

농로를 따라 동쪽으로 더 가보니 길 안쪽 외딴 곳에서 화산지대 철원의 현무암으로 만들어졌다는 교각과 함께 철길의 잔해가 처연하게 남아 있었고요.

더 동쪽으로 마을 하나를 지나가던 옛 철길은 아직도 건재함을 자랑하는 아치형 다리를 통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민통선 안으로 진입하면 나타나는 한탄강 최상류의 거대한 철교.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철원역을 출발해 26km를 달려온 금강산 전철은바로 이 정연철교를 통과하게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100년 전처럼 한탕강 위 제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웅장함을 뽐내던 정연철교를 지나 다시 민간 지역으로 나오면 전쟁 이후 대부분이 비무장지대에 포함되면서 일부 만이 철원군에 편입된 김화 지역이 나타나는데요.

그 사라진 마을을 추억하고 기억하기 위해 최근 만들어진 공간엔 금강산 전철이 지나던 당시, 번성했던 김화역 주변의 모습과 기록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홍모/'김화 이야기관' 안내 담당] "김화에서 금강산까지는 약 70km 정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은 학교 다닐때 여기서 아침을 드시고 금강산까지 소풍을 갔다올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김화를 지나 다시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는 옛 금강산 철길은 드넒은 논 한켠에 육중하게 박혀있던 교각을 통과한 뒤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또다른 철교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전쟁후 지역 주민들이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보로 만들었다는 용양철교.

최전방 경계근무를 서던 병사들의 통로였던 바로 옆 출렁다리는 세월의 풍상에 떨어져 나간채 평화롭게 새들의 차지가 되어 있었고요.

그 옆 철교를 통과하는 금강산 가던 철길은 지금의 비무장지대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비무장지대, DMZ 안에 있는 용양습지입니다. 금강산으로 가던 철길은 이 습지 뒤편을 지나 휴전선을 통과하고 곧바로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김영규/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그 철길 그대로 휴전선이, DMZ가 이어져 있어요. 그래서 아마도 금강산 전기철도가 다시 복원이 되거나 재개통이 되는 그 날은 남북이 통일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어찌됐든 그 휴전선을 다 지나가야 되기 때문에"

철원역에서 휴전선을 지나 북한의 내금강역까지 116.6km.

그 금강산 철길의 흔적들은 100년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 주변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었고, 언젠간 남북을 오가는 통일의 길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8920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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