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핵잠수함 전개 확장억제 효과는?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한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하고, 수십발의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 대해서는 강한 경고를, 우리 국민에게는 안심을 주기 위한 거죠.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6일.
미국 태평양함대가 괌 기지에 정박중인 전략핵잠수함 SSBN을 공개했습니다.
바닷속에서 은밀히 기동하는 잠수함을 이렇게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예정돼 있다고 공표했습니다.
위력적인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더 자주 전개해 북한 핵에 대한 억제력을 눈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길이 170m의 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최대 사거리 1만2천 k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20개의 발사관에 다양한 종류의 핵탄두 80여 발을 싣고 있습니다.
CNN은 그 위력에 대해 "잠수함 한 척이 북한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하고 밝혔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탑재한 핵탄두가 전술핵 수준이 아니에요. 굉장히 이제 파괴력이 큰 무기인 거죠. 그래서 거의 (북한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 거예요. 보통 이게 다탄두화 돼 있기 때문에 트라이던트(미사일) 한 발을 쏘게 되면 한 4개 정도의 탄두가 쪼개지는 방식이거든요."
특히 육지의 종심이 짧고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바닷속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수함발사 SLBM 미사일은 더욱 위력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공격을 가한다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임을 거듭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미국이나 동맹, 그리고 파트너 국가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입니다."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반드시 핵무기로 응징할 것이라는 의지를 가시적으로 확인시킴으로써 북한에는 강한 압박을, 한국 국민에게는 미국의 약속에 대한 신뢰와 안심을 주는 대북 확장 억제의 상징이자 핵심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한과 교수] "한미가 정상회담 수준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서 발표한 선언에 들어가 있고, 또 그것이 명문화됐다는 것은 이전보다는 신뢰도를 높이는 그런 행위라고는 판단이 됩니다."
미국은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통해 한국에 대해서도 자체 핵무장에 대한 여론과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 요구를 잠재웠습니다.
이번 워싱턴선언에서 확인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정훈/국립외교원 교수] "(핵사용) 결정권자의 입에서 동맹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고 한국이 위협에 빠지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은 가장 강한 수준의 확정 약속인 거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무장 강화와 도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이 확장억제 강화를 천명하자 최선희 외무상은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군사적 활동에 정비례해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맞대응한 뒤, 곧바로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2월의 화성 15형 발사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 따른 보복조치라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강화된 확장 억제력에 자신(북한)도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무기 개발을 더 가속화하고 또 이것을 과시하기 위한 도발적 이런 행동 행보를 더 많이 할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북한은 미국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반도 인근에 전개돼 한미일 연합훈련에 참가한 닷새간 보란듯이 7차례나 미사일을 쏘았고, 레이건호가 일본을 빠져나갈 때는 화성 12형을 일본 상공위로 넘겨버리며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 공세적으로 맞대응 했습니다.
따라서 미국 핵잠수함이 한반도로 들어올 경우 북한은 오히려 무모한 도발로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 교수] "실제 전략 핵잠수함이 한국에 기항한다는 것은 확장 억제를 강화했다는 측면이라가보다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위기를 확장시키는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거예요."
문제는 대결과 위기가 북한과 한미양국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를 구실로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며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경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로 본격 확장될 우려도 커집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중국과 러시아는 직접적인 사정거리와 타격권 안에 들어오는 것도 있고 굉장히 민감하죠. 자기(중국과 러시아) 본토가 위협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굉장히 경계하게 되고 거기에 대해서 자기들도 대응하기 위해서 핵잠수함을 대응방어식으로 출동을 시킨다든가 이런 반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또 은밀함 자체가 무기인 전략핵잠수함을 공개가 군사적 효용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을 주력 무기로한 핵잠수함을 태평양이 아닌 한반도 가까이 들여오면 오히려 위력이 반감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ICBM급 SLBM을 장착한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에 와서 그 SLBM으로 북한을 타격한다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미국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보여주기 식이지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북 핵 억지력 면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이벤트성 조치라고.."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 강화 뿐 아니라 대북 경제제재와 사이버, 인권문제 등에 대한 압박도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동맹과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891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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