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자신과의 싸움, 그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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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장의 음악 청중들과는 달리 미술관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내 그림은 18인치(45센티) 앞에서 보라."고 말한 마크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간혹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이 있다지만, 그림과 눈물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미술사 교수인 제임스 엘킨스는 이런 점에 주목해 '그림과 눈물'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미술 작품 앞에서 '눈물의 감동'을 얻기 어려운 이유의 하나로 미술관의 환경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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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연주회장의 음악 청중들과는 달리 미술관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내 그림은 18인치(45센티) 앞에서 보라."고 말한 마크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간혹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이 있다지만, 그림과 눈물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미술사 교수인 제임스 엘킨스는 이런 점에 주목해 '그림과 눈물'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미술 작품 앞에서 '눈물의 감동'을 얻기 어려운 이유의 하나로 미술관의 환경을 지적했다. 붐비는 전시장, 제한된 시간, 다양한 소음, 밝은 조명 탓에 그림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작품인 모나리자 앞에 장사진을 이룬 관람객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나는 책에서 한 작품을 감상하며 엘킨스의 이런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그 작품을 응시하는 동안 울컥하다 눈물을 훔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붐비는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봤다면, 주변의 모든 환경을 잊고, 작품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나를 울린 작품은 바로 러시아의 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1817~1900)가 그린 '아홉 번째 파도'(1850)였다.
'아홉 번째 파도'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한다. 솟구쳐 덮치는 파도 아래 목숨을 건 사람들과 난파된 배가 보인다.
하늘은 온통 붉다. 검푸른 바다의 색을 압도한다. 여명의 하늘이라지만, 붉게 칠한 화가의 의도는 공포일까, 저주일까, 희망일까?
자세히 보면 배 위에 한 사람이 빨간 수건을 흔들고 있다. 하늘에 조응한 희망의 표식일 것으로 짐작한다.
바다 그림을 자주 그린 영국의 윌리엄 터너는 폭풍우 속의 바다를 관찰하기 위해 돛대에 자신을 묶고 4시간을 버텼다고 한다.
'바다' 하면 연상되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 어부 산티아고는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겠다."
패배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타인과 승부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이바좁스키는 파도와 싸우는 한 인간을 '작게' 그렸지만, 그 맞섬은 '크게' 표현했다.
곧 다가올 죽음을 앞두고 힘차게 수건을 흔드는, 얼굴도 알 수 없는 한 사람의 행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또 지난 시간을 개척해 온 우리들의 의지며, 앞에 놓인 미래를 펼쳐 나가야 할 우리들의 마음가짐이다.
감동은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오로지 혼자만의 것이다.
싸움도 한사코 자신과 싸우는 혼자만의 것일 때 더 힘겹지만, 그 성취는 더 크고 달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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