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침]"돌아가면 의사보다 개발자" 치솟는 인기 속 '손목' 주의보

안경진 기자 2023. 4.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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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장시간 키보드 타이핑 하는 개발자, 손목질환 위험 높아
한방에서는 약침·침치료 병행···손목 통증 감소에 도움
평소 스트레칭으로 손목 부담 풀어주면 질환 예방 효과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 직군으로 떠오른 개발자들은 손목터널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장시간 이어진 프로그램 코딩 작업이 손목에 부담을 준걸까. 장 대리(31)가 개발자의 필수품인 손목 보호대를 꽉 조이며 연신 손목을 주물러 보지만 통증은 가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5년째 개발자로 근무 중인하고 있는 그에게 손목 통증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얼마 전부턴 통증 뿐 아니라 손목이 저리고 무감각해지는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키보드 작업 중 손가락에 찌릿한 통증까지 동반돼 업무에 어려움이 따랐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치료를 미루는 사이 병뚜껑을 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자 장 대리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한다.

4차 산업의 핵심인 IT(정보기술) 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다른 직종에 종사하던 직장인 중에서도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개발자가 ‘고임금’, ‘성장’, ‘가능성’ 등 각종 혜택을 누리는 직군으로 인식되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호 직업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한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직장인 8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3%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직업을 변경할 것’이라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희망 직업을 묻는 질문에 '개발자'라는 답변이 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무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타이핑하면서 충분히 쌓인 개발 경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언어가 나오는 만큼 공부를 게을리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엄청난 작업량을 감내하며 장시간 키보드 타이핑을 해야 하는 탓에 손목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대표 질환으로는 수근관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을 들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 내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손목터널(수근관)이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도한 손목 사용이 주원인으로 꼽히는데, 이는 손목터널을 덮는 인대를 두꺼워지게 한다. 비대해진 인대로 인해 신경이 눌릴 경우 손가락과 손바닥 주변에 저림 및 통증을 겪게 된다.

문제는 질환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장 대리와 같이 상태를 방치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 경우 손가락 근육 약화나 마비 증상으로 이어져 단추를 잠그는 간단한 동작도 어려워질 수 있다.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을 기와 혈이 막혀 통증을 일으키는 ‘비증(痺證)’의 일종으로 보고 침치료로 기혈순환을 촉진한다. 양계혈, 수삼리혈 등 혈자리에 침을 놓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뻣뻣하게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한약재 유효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놓으면 소염효과를 통해 빠르게 통증을 해소할 수 있다.

손목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데 효과적인 ‘수근 굴근 스트레칭’.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약침과 침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도 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소개된 자생한방병원 임상증례 논문에 따르면 약침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통증 숫자척도평가(NRS)가 매우 심한 통증에 해당하는 9에서 치료 3주 후 가벼운 통증인 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침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통증 및 증상 평가 점수가 치료 3개월 후 25.1%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 중 틈틈이 스트레칭을 실천하며 손목의 부담을 풀어주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에 도움이 되는 동작 중 하나로는 ‘수근 굴근 스트레칭’을 권한다. 먼저 한쪽 팔을 쭉 뻗은 뒤 반대편 손으로 뻗은 손의 손가락을 잡는다. 이때 팔꿈치는 완전히 펴도록 한다. 이어 몸쪽으로 손을 천천히 당긴 후 15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총 3회 실시한 후 반대쪽도 동일하게 반복한다. 이 같은 동작을 하루에 3세트씩 꾸준히 실천하면 팔꿈치 안쪽부터 손바닥, 손가락에 걸쳐 있는 손목 굴근이 이완되고 손목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IT 업계 종사자들 중에서는 손목 통증을 일종의 숙명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으로 손을 쉴 새 없이 사용하는 현대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목 질환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만큼 평소 손목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중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손목에 부담이 쌓이지 않도록 간단한 스트레칭을 실천하는 등 일상 속 노력에 나서도록 하자./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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