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만 낼름 받아먹고 한다는 말이… 너무도 뻔뻔한 `전세사기` 주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 의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7일 관련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부동산중개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화성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임차인 재산보호와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축주는 분양 리베이트를 내걸고, 분양 대행사는 갭투자자와 임차인을 끌어모을 공인중개사를 리베이트로 모으고….

경기 구리시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는 철저히 리베이트 구조로 연결돼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중간 단계에 있는 분양대행사와 갭투자자, 공인중개사 등은 자기자본 투자 하나없이 각종 명목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임차인들이 떠안게 됐다.

29일 경찰과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피해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빌라 등 건물을 지은 건축주는 분양을 위해 집 하나당 보통 수천만원의 분양 성공 리베이트를 걸었다.

분양 대행사는 이 돈을 토대로 리베이트를 약속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살 '갭투자자'와, 임차인들을 끌어들일 공인중개사들을 모았다.

공인중개사들이 임차인을 유치하면, 갭투자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건축주에게 분양 대금으로 지급하고 건물을 매입한다.

이후 분양대행사가 약속된 리베이트를 받아 갭투자자와 공인중개사에게 사전에 정한 비율로 나눠 주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빌라가 매매와 전셋값이 비슷한 '깡통빌라' 였지만, 리베이트를 약속받은 공인중개사들은 감언이설로 임차인들을 안심시키고 문제점은 숨겼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A씨가 운영하던 회사는 이중 갭투자자 역할을 한 곳이다. 창업 당시 자기 자본이 사실상 '0원'이었지만, 임차인을 유치하며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기고 수백채의 부동산까지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서울·경기지역 900여채의 빌라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기 자본 한 푼 없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거액을 챙겼다. 만약 사들인 빌라의 가격이 올랐다면 그야말로 '떼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고 매매·전세 가격이 급락해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자 A씨 회사는 전세금을 못 내줄 처지가 됐다.

결국 피해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더군다나 A씨는 수백채의 부동산 소유로 내야 할 거액의 세금조차도 체납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야 할 임차인들의 걱정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다.

A씨는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진 것이지 임차인들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A씨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자기 자본이 거의 없었고, 이후 체납 세금이 쌓이는 상황에서도 수백채의 빌라를 사들인 점 등을 고려해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를 엄단하는 기조에 맞춰 A씨 등에게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