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백 안 부러워… 수익률 ‘명품’ 자랑하는 ‘럭셔리펀드’
명품주 불황에 강하고 장기투자 적합
“1년에 몇 번 들지도 않는 샤넬백 팔고, 그 돈으로 명품주 샀어요.”
올 들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주식을 편입한 국내 ‘럭셔리 펀드’ 수익률이 ‘명품’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28.59%, 최근 한 달간 9.35%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8.13%)와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12.25%)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HANARO 글로벌럭셔리S&P’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럭셔리 지수(Global Luxury Index)를 추종하는 ETF다. 까르띠에 등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케링 등 파리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명품기업과 벤츠와 나이키, 페라리, 버버리, 랄프 로렌, 프라다 등의 주식을 담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구성 종목은 거느린 리치몬트가 9.96%로 비중이 가장 높고, LVMH(9.87%), 에르메스(8.7%), 메르세데스-벤츠(5.4%), 케링(5.39%), 에스티 로더(4.67%), 페라레NV(4.07%) 등의 순이다.
명품을 테마로 한 다른 럭셔리 펀드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IBK자산운용의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과 ‘IBK퇴직연금럭셔리라이프스타일’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8.53%, 18.36%에 달했다. 이 펀드도 리치몬트그룹, LVMH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
올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16.31%)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17.25%)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명품업체는 부유층을 충성 고객으로 거느리고 있어 일반 소비재에 비해 경기를 덜 타는 편이다. 불황에 강하고 장기 투자에 적합한 것이 럭셔리 ETF·펀드 장점이다. 실제로 ‘HANARO 글로벌럭셔리S&P’ ETF의 2년간 수익률은 17.33%로 장기 성과도 돋보였다. 또 첫 명품 구매 시기가 점점 낮아지는 트렌드로 인해 최근 MZ세대로 명품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명품 산업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스마트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럭셔리 펀드를 내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기업 10개에 집중 투자하는 ‘KODEX 유럽명품 TOP10 STOXX ETF’를 상장했다. 까르띠에·피아제 등으로 유명한 리슈몽, 루이비통·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 몽클레어, 에르메스 등 유럽 정통 최상위 명품 기업 10개 종목을 담고 있다.
명품주 펀드 상승세는 중국 리오프닝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인 중국 소비자들이 돌아오면서 판매 정상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최근 프랑스 대표 명품기업 루이비통모헤네시(LVMH)의 시가총액이 유럽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5000억달러(약 655조원)를 돌파했다.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매년 역대급 매출을 갈아치우며 주가가 우상향하자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LVMH 주가는 올 들어서만 32%나 올랐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LVMH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매출이 지난 분기 역성장(-8%)에서 14% 상승으로 반등했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인의 해외여행 반등에 따른 매출 기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우려가 있으나 명품 소비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과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해외여행 효과를 고려하면 주요 명품 사업자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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