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슬로프서 부딪힌 스키어 폭행한 50대 아버지, 벌금형

1심서 벌금 200만원 선고…”정당행위 아냐”

법원 로고. /조선DB

스키장 슬로프에서 딸과 충돌한 스키어를 밀쳐 상해를 가한 40대 아버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상해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약식 명령(벌금 300만원)보다 낮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22일 오후 1시 23분쯤 강원도 한 스키장 슬로프에서 자신의 딸과 B(38)씨가 부딪치자 화가 나 B씨의 가슴과 머리를 밀치고 손으로 멱살을 잡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국적인 A씨는 사건 직후 슬로프 충돌사고를 B씨 탓으로만 돌린 채 아무런 인적 사항이나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 A씨의 신원을 파악하느라 한동안 애를 먹기도 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B씨가 다가오자 이를 막아서기 위해서 정당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판사는 “얼굴에 착용한 고글을 잡고 미는 행위는 단순한 방어적 행동 차원을 넘어서는 행위”라며 “피고인은 오히려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고, 자녀가 스키 충돌 사고로 넘어지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소사실 중 A씨가 스키용 헬멧을 벗어 B씨를 향해 휘두르면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는 방범카메라(CCTV) 증거 등으로 미뤄 ‘의사 소통을 위해 헬멧을 벗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