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스포츠에서 실패란 없다" 지고도 이겼다, 아데토쿤보의 말
오광춘 기자 2023. 4. 29. 08:33
스포츠는 승자의 언어로 채워집니다. 이긴 자의 '희열'을 추앙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이기고 지는'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게 스포츠의 본령이니까요. 그러나 승패의 도식을 조금 걷어내면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결과'를 압도하는 '과정'이 도드라질 때가 있으니까요.
패자의 언어가 결과를 뒤집는 어떤 해석을 불러낼 때도 그렇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통찰이 전해질 때겠죠. 그런 이유로 어떤 승부가 끝난 후엔 그 결과가 남긴 여운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운을 좇는 건 대체로 그 승부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그래서 경기 후 인터뷰가 중요합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말도 그 '무엇'이 담겼습니다. 미국프로농구 NBA를 상징하는 선수죠. 밀워키 벅스의 전성시대가 그와 함께하니까요. 1971년 챔피언에 올랐던 밀워키는 50년이 지나 2021년 아데토쿤보와 함께 두 번째 정상에 섰습니다. 지금도 NBA 최고의 팀을 꼽을 때 빠지지 않죠. 그러나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선 1라운드에서 마이애미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또 한 번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엎어진 거죠.
기자가 물었습니다. 왜 실패(failure)했느냐고. 아데토쿤보는 “스포츠에는 실패가 없다.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단계가 있다”는 말로 맞받아쳤습니다. 승부의 세계를 '성공'과 '실패'란 말로 단정할 수 없다는 거죠. '실패'란 말에 휘둘리고 압박받고 가슴 졸이는 세상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렸습니다. 패자의 언어가 주목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데토쿤보의 답변을 있는 그대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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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에릭(기자), 당신은 1년 전에도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어요. 당신은 매년 직장에서 승진합니까? 아니죠. 그렇지요? 그러면 매년 실패합니까? 아니죠. 매년 어떤 목표를 향해 일하죠. 그게 승진일 수도 있고, 가족과 잘 지내는 것일 수도 있죠. (못했다 하더라도) 실패는 아닙니다. 성공을 위한 단계입니다. 마이클 조던은 NBA에서 15년을 뛰었고 6번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년은 실패였습니까?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하죠? 잘못된 물음입니다. 스포츠에는 실패가 없습니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당신에게 기회가 오고, 또 어떤 날은 당신 차례가 아닙니다. 그게 스포츠는 어떤가에 대한 답입니다.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는 다른 팀이 우승할 거예요. 1971년부터 2021년까지 50년 동안 우리가 우승하지 못했을 때 50년 동안의 실패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단계를 밟았던 거죠. 우리는 한번 챔피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바라건대, 우리는 또 한 번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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