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지원 방안을 담고 있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박성철의 ‘새 법 다오’]

박성철 2023. 4. 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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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된 지 19년이 지났다. 효과는 없고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는 50건 넘게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사랑의 매'라는 말이 흔했다. 요즘은 듣기 어려운 소리가 되었지만, 변화가 쉽게 온 건 아니었다. 2010년 7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체벌 금지 지침을 내렸다. 반발이 거셌다. 교사 체벌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보도됐다. 체벌을 금지하면 교육 현장이 난장판이 될 것이라는 성명서도 나왔다. 2010년 9월 반대를 뚫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의회를 통과했다. 2011년 3월 도구 등으로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직접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될 때도 찬반 논란이 분분했다.

10여 년 시간이 흐르고, 이제 체벌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2021년 1월에는 부모 징계권의 근거가 되는 민법 제915조까지 삭제됐다. 폭력에 대한 감도가 높아졌다. 법과 현실은 서로를 견인하며 변화를 끌어왔다.

2004년 1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법은 개정을 거듭했다.ⓒ시사IN 조남진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폭력을 두둔하는 말도 이제는 듣기 어렵다. 2004년 1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제정 이유에 도입 배경이 담겨 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학교폭력은 심히 우려할 일이었다. 굳이 법이 학교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는지 토를 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법이 만들어졌다. 안타깝게도 효과는 별로 없었다.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걱정은 더 깊어졌다. 법은 개정을 거듭했다.

지금도 50건 넘는 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2월25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했다. 이후 개정안이 더 늘었다. 여론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모습은 반갑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응원한다. 하지만 대증요법처럼 보이는 대목은 다소 아쉽다.

고소와 소송으로 설 자리 잃은 교육

4월10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안은 처분이 조속히 내려지도록 보완하는 법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절차가 다단계로 나뉘어 있다. 조치 내용은 교육지원청에 있는 심의위원회에서 정한다. 학부모 위원을 포함한 위원회에서 독립하여 심의한다. 대외적인 처분권자는 교육장이다. 심의위원회에서 교육장에게 처분을 요청한다. 교육장은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취하게 된다. 예외적으로 긴급한 사항일 경우에는 학교장이 조치를 먼저 취하고 가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통지한다. 이때는 위원회에 사후 보고하여 추인을 받는다.

이 개정안은 조치 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기려 했다. 교육장이 요청 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학교장이 통지를 하지 않아도 별도의 제재 방안이 없다는 데 착안했다.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장이 긴급조치를 취한 뒤 통지를 지연해도 마찬가지다. 신고를 받은 교육감은 확인 조사를 하도록 했다.

현장에서 효과를 발할지는 의문이다. 조치가 지연되는 이유는 대개 다른 데 있다. 조사와 심의가 늦어지면서 생긴다. 혹은 처분이 난 뒤 행정심판 내지 소송이 제기되곤 한다. 집행정지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본안소송이 길어지면서 지연되는 일이 잦다. 개정안이 겨냥한 문제는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처분이 정해졌는데도 교육장이 형식적인 절차를 지연하는 일은 드물다. 학교장이 긴급조치를 취하고도 통지를 지연하는 일은 흔치 않다.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어떤 처분을 할지 조사하고 심의하는 시간 또는 제기된 소송이 확정되는 재판 기간이 늘어지면서 지연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자료를 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정말 가려운 데를 긁을 수는 없었을까.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다. 시간과 노력은 한정되어 있다. 좀 더 본질을 파고드는 법안을 기대하게 된다.

피해자의 의견을 더 반영해 운동장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안이 눈에 띈다. 3월27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안에서는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집행정지를 심리·결정할 때 피해 학생 또는 보호자 의견을 듣도록 했다. 집행정지가 쉬이 결정되지 않도록 보완하려는 의도다. 지연되는 원인에 더 접근했다.

재판 기간을 직접 단축하는 법안도 있다. 4월6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행정소송 재판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파격적이다. 제1심에서는 소가 제기된 날부터 90일, 제2심과 제3심에서는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6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정했다. 본안소송을 집행정지 사건처럼 취급해야 가능한 방식이다. 본안 재판의 틀을 완전히 뒤집어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만으로 가능한 방안일까.

사안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처분을 하는 방식에 대한 더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사안이 학생들 간 대립구도로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쌍방 형사고소와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자칫 힘겨루기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교육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22년 4월7일 강득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도 있다. 교육과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학교의 장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과 처리 교육을 명시했다. 학교장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교사의 수업 시간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지원단을 통한 뒷받침도 있다. 교사에 대한 민사·형사 소송 상담, 수임료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막연히 교사의 의무만 강조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지원안을 담았다. 학교는 배움터다. 교육이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폭력을 근절하는 데 교육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박성철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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