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MIT 석학들과 대담…"보스턴에 韓 과기인력 많이 보내겠다"(종합2보)
"협력·시너지, 제가 와서 눈으로 보는 것과 참모들 설명듣는 것 차이 클 것"
(보스턴=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찾아 디지털 바이오 분야 석학들과 대담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MIT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윤 대통령과 해외 석학과의 대담은 캐나다 토론토대(AI), 스위스 연방공대(양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반도체 연구의 권위자인 아난타 찬드라카산 MIT 공대 학장이 이날 대화를 진행했고, 모더나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교수, 합성생물학의 창시자 제임스 콜린스 교수, 컴퓨터 의공학 분야 권위자 디나 카타비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아울러 미 '젊은 과학기술자 대통령상'을 수상한 뇌 매핑 분야 정광훈 교수, MIT 한국인 최연소 박사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대담 모두발언에서 "워싱턴 일정을 마치자마자 보스턴에 온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우리 동맹이라는 것이 국방 안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기술 협력이 동맹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양 중세도시에서 유래한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준다'는 문구를 언급하며 "정말 보스턴의 공기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것 같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유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스턴이 창의와 혁신의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보스턴의 첨단과학기술, 바이오 사이언스, AI(인공지능), 이런 디지털 분야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협력하고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지, 정치인인 제가 와서 눈으로 보는 것과 참모들에게 설명을 듣는 것의 차이가 클 것"이라며 방문 의미를 설명했다.
첫 번째 연사인 랭거 교수는 "수많은 기업이 MIT를 중심으로 인력을 공급받고, MIT 졸업생들은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아 창업해 새로운 효과를 내는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카타비 교수는 향후 헬스케어 산업이 데이터와 AI에 기반해 발전할 것이라면서 "과거 사용한 질병 관련 모니터링 장비 대신 무선 신호 수집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AI에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 교수는 AI 활용 항생제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MIT는 5년 전 AI를 연구에 중점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고, 생물학과 AI를 접목해 100여만개의 합성 물질을 만든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그룹 토론에서 콜린 스털츠 MIT 교수와 정광훈 교수는 세계적 인재를 배출한 MIT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국-보스턴 바이오 허브 동맹'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MIT에서 뿌린 씨와 묘목이 자라 거목이 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스턴의 바이오 사이언스가 뛰어난 이유는 MIT와 주변 기업이 자금과 인력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법·재무·경영 지원 시스템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학자들이 법·회계·경영까지 모두 해결하는 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조직화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30조원 규모 국가연구개발 자금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관련 인력들을 보스턴으로 많이 보내 배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담 직전 토머스 슐츠 MIT 생물학과 교수 안내로 단백질 구조분석을 위한 첨단 연구시설인 '극초저온 전자현미경'을 살펴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 현미경을 보고 이런 초저온에서 단백질을 얼려서 분석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또 많은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담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 AI 등 디지털 기술과 의료 데이터를 접목한 바이오 연구개발 ▲ 의사과학자 등 융합인력양성 ▲ 바이오 연구 고도화를 위한 첨단분석장비 개발 및 활용 ▲ 디지털바이오 기술기반 스타트업 지원방안 등을 포함한 '디지털 바이오 이니셔티브'(가칭)를 수립해 오는 5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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