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군백기'가 뭐죠?… 이국종 교수·조규성 선수엔 군 복무가 '디딤돌'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백기'란 말이 있다. '군대'와 '공백기'의 합성어로서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활동 공백기를 뜻한다. 이 말은 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군복무를 시작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의 일부 멤버가 입대하면 그 그룹이 완전체로서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군백기가 시작됐다'고들 한다.
군복무에 따른 경력단절, 소위 '군백기'에 대한 걱정은 사실 병역 의무를 가진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인기 유지가 필수인 연예인, 본인 가치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운동선수에겐 현역병 18개월(육군 기준)이나 사회복무요원 21개월 복무기간은 어떻게든 피하고픈 시간일지도 모른다.
가짜 뇌전증(간질) 병역 면탈과 병무비리 등 혐의를 받는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는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2년6개월 구형을 받고 "입대해서 활동이 중단될 경우 어렵게 쌓은 인기가 모두 사라져 버릴까봐 너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군복무을 마친 뒤 왕성한 활동과 함께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병무청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중증 외상치료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명예 해군 중령'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해군 수병으로 복무하면서 외과의사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의대 진학을 포기한 그에게 선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던 것이다.
이 교수는 군복무를 하면서 "해군은 제한된 상황에서도 낡은 장비와 부족한 보급을 탓하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함을 띄우는 게 이순신 제독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란 말을 듣고 상황 탓만 해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단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어떤 큰 파도도 헤쳐 나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게 뱃사람이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소금기·기름때에 찌든 군복이 값지다"는 해군 전우의 말처럼 피와 약품에 찌든 의사 가운을 입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작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의 본선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으로 출전해 '멀티골'을 터뜨린 조규성 선수(프로축구 전북 현대모터스)에게도 군복무가 축구선수로서 보다 나은 기량을 갖게 만든 기회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선수는 과거 189㎝ 장신에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76㎏밖에 나가지 않아 '멸치'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2021년 입대 후 국군체육부대 소속 '김천 상무' 프로축구단에서 활동하면서 근육량을 중심으로 몸무게를 82㎏까지 늘렸고, 그 결과 실력 또한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지금도 자신이 "군대 체질"이라며 "군 복무 때 골을 많이 넣은 데다 몸 상태도 좋아져서 전역을 미루고 싶을 정도였다"는 조 선수는 작년 월드컵에서 외국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체격과 체력을 자랑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소속 투수 김명신 선수의 경우 2017년 대졸 신인으로 두산베어스에 입단해 활약하다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뒤 재활 등이 필요해 이듬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병역을 이행했다. 소집 해제 후 2군에 합류한 그는 6경기를 소화하면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여 1군에 올랐다.
김 선수의 빠른 컨디션 회복 배경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하면서 몸에 밴 성실함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복무기관의 양해를 받아 1시간 일찍 출퇴근하면서 캐치볼을 했다. 그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보낸 1년10개월이 부상 회복과 함께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던 것이다.
최근 tvN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 중 '나의 장사일지' 코너에서 '무적 해병'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박경호는 실제로 해병대 장교(사후 114기) 출신이다. 그는 서해 대청도에서 해병대 제6여단 전차소대장으로서 3년간 복무했다.
박씨는 '안 되면 될 때까지, 못 웃기면 웃길 때까지' 해병대 정신으로 무명 시절을 버텼다고 한다.
특히 그는 전역 후에도 군복무를 함께했던 소대원들과 자주 만났고, 해병대 캐릭터 역시 당시 소대원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소대원들은 지금도 박씨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해병대 병사로 군복무를 마친 그룹 'AKMU'(악동뮤지션) 멤버 이찬혁도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해병대에 다시 가라고 하면 갈 거냐'는 물음에 "물론"이라며 "경험도 사람도 얻어가는 게 많아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병역 이행이 군백기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디딤돌'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 누구나 공정하게 병역을 이행하고 명예로 보답 받는 사회, 이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고위 공직자들의 성실한 병역 이행 여부를 주목하는 이유다.
작년 12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김석진)과 최근 입대한 제이홉(정호석)이 전역할 때 어떤 말을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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