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 실존인물 강양현 감독 “농구는 끝나도 인생 끝나지 않는다”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지난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준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영화 '리바운드'는 그 기록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감동 실화다.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리바운드는 사실 11년 전 ‘그날’ 완성됐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간, 강양현 감독(41)을 부산중앙고 농부 코트에서 만났다.
◇‘열정 가득’ 초짜 코치에서 국가대표 감독으로 성장
대학리그 2부, 프로농구 2군 출신, 공익근무요원, 25살 사회초년생.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스펙이 그 당시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였다.
현재 조선대학교 농구부감독이자 3x3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열등감, 패배감,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제가 새롭게 태어난 해였죠. 솔직히 선수로선 성공하지 못했어요. 열심히 했지만 한계가 분명했죠. 다시 온 기회라는 생각에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잘 따라와 준 아이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예요.”
모교인 부산중앙고에서 공익근무를 하다 ‘얼떨결에’ 부임한 25살 초짜 신임코치는 존폐의 기로에 놓인 농구부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영화에선 삐뚤빼뚤 손수 그린 명함을 들고 다닐 만큼 어설프게 그려진다. 실제로도 그만큼 진심이었다고.
“혈기 왕성한 20대다 보니 무작정 부딪혔어요. 선수들에게 형으로 다가갈지, 스승으로 다가갈지조차 감을 못 잡고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 앞에서 울기도 많이 울고. 아마 영화에서보다 실제로 더 많이 울었을 거예요.(웃음)”
언제 가장 많이 울었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의 대답을 건넸다. 그를 울보로 만들었던 건 바로 정진욱 선수. 영화에서 선배들의 구원투수로 그려진 인물이자 전국대회 예선에서 부상을 입고 벤치를 지켜야 했던 선수이다. 정 선수의 부재로 엔트리가 부족했던 부산중앙고 농구부는 결승전까지 교체선수 없이 5명의 선수가 매 경기를 뛰어야 했다.
“진욱이가 다쳤을 때 혼자 많이 울었어요. 위기감도 가장 컸던 순간이었죠. 누구보다 함께 뛰고 싶어 했던 진욱이라 더 안타깝기도 했고요. 그래서 함께한다는 마음을 담아 선수들에게 몸에 감은 테이프에 펜으로 ‘NO.4 정진욱’을 쓰라고 했죠. 그 사진이 이슈가 되면서 그다음부턴 경기 전에 아이들 스스로 적더라고요.(웃음)”
◇농구, 부산 그리고 강양현
이렇듯 리바운드는 어디까지가 실화인지, 각색이 헷갈릴 정도의 사실적인 연출로 입소문을 탔다. 그럼에도 영화 속 ‘진짜’는 빛났다.
리바운드의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은 지난달 제작보고회에서 “관객을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로 모셔가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저런 거까지 굳이 할 필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당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극 중 부원들의 훈련 장면을 촬영한 부산중앙고 체육관뿐만 아니라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영도대교, 해돋이 전망대, 충무동 새벽시장, 대연동 공원이 영화에 등장한다.
대연초등학교, 대연중학교, 부산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한 ‘찐’ 부산 토박이 강 감독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꾸밈없이 그려진 동네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했다고 한다.
특히 개봉 초기부터 강양현 코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의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가 됐다. 안 배우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강 감독을 만나 말투, 제스처, 억양, 걸음걸이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고.
“영화를 10번쯤 봤는데, 볼 때마다 놀라요. 순간순간 ‘저거 진짜 난데’ 싶은 장면들이 나와요. 사실 처음 재홍이를 만났을 때 꽃미남 스타일이라 저랑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두 번째 만났을 때 10kg를 증량했더라고요. 싱크로율을 위한 감독님, 배우들의 진심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밖 진짜 ‘강양현’
2012년에도, 영화 개봉 이후에도 지도자로서만 주목받은 강 감독이지만 그에게도 코트를 누비며 빛나던 선수 시절이 있었다.
2012년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결승 진출은 2000년 추계대회 우승 이후 12년 만의 기록인데, 이 추계대회에서 부산중앙고 농구부를 우승으로 이끈 선수가 바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강양현 선수다. 2000년엔 부산중앙고 농구부 선수로, 2012년엔 코치로 결승전을 뛴 것이다.
2000년 추계대회에서 강 선수는 MVP에 선정됐기도 했다. MVP에 선정된 후 “평생 농구를 하고 싶다”고 눈물의 수상소감을 말하던 19살 고등학생은 수 십년이 지나 농구코트를 배경으로 또 다시 인터뷰하고 있다.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는 대사 실제로 제가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지만, 저에게 한 말이기도 해요. 모두가 실패라고 생각한 순간 공을 놓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게 경기에서도, 인생에서도 정말 쉽지 않거든요.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리바운드’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 아닐까요.”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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