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에 이은 명불허전 정치 미드 될까…넷플릭스 ‘외교관’[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던 한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기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런 발언이 나오기까지,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조율하고 다듬는 일을 누가 할까요. 각국 정상들이 사이좋은 표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고 회담문을 발표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뒤에서 일하는 외교관들과 참모진들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이들을 다룬 신작 시리즈 <외교관>을 내놨습니다. 비열하고도 냉혹하고 아군과 적군이 헷갈리는 국제정치 현실을 다룬 시리즈입니다. <외교관>은 <웨스트 윙> <홈랜드> 제작에 참여한 데버라 칸이 크레에이터·쇼러너·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정치 ‘미드’의 명불허전격인 <웨스트 윙>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까요.
<외교관>은 영국의 항공모함이 바다에서 공격을 받고 41명의 영국 장병이 사망하는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부임하려던 케이트 와일러(케리 러셀)는 공석인 주영 미국 대사직을 갑자기 맡게 됩니다. 당장 이란의 공격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케이트는 정확히 누가 공격을 했는지 알아내야 하고, 미국과 영국의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머리를 짜내야 합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케이트는 ‘직진형’입니다. 케이트는 영국의 외무장관과 담판을 하고, 영국 총리와 와인을 마시며 설득해내기도 합니다. 때론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때론 다크 써클에 헝클어진 머리로 등장합니다. 드레스를 입고 가야하는 의례적인 외교 행사는 질색하고, 출근 복장은 오로지 검은색 바지 정장입니다. 회색조차 싫답니다. 어딜 가더라도 장식없는 어두운 크로스백을 무심하게 둘러메고 갑니다.
동분서주하다 케이트는 알게 됩니다. 자신이 왜 주영 미국 대사를 맡게 됐는지를요. 실은 케이트는 차기 미국 부통령을 맡을 수 있는지 테스트를 받고 있던 겁니다. 여기엔 동료 외교관이자 전직 대사이고 여전히 꿈이 큰 남편 핼 와일러(루퍼스 슈얼)가 있습니다. 케이트는 남편이 자신을 이용하려고 든다고 의심하죠. 이미 그들은 이혼하기로 했는데 말이죠. 부통령직을 수락하라는 남편이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 핼은 그의 정보력을 이용해 ‘여러 방면’으로 활약을 합니다. 그의 다양한 활약은 케이트를 도와주는 건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외교관>은 ‘영국 항공모함 사건 해결’과 ‘부통령 되기’라는 두 축으로 흘러갑니다. 두가지 서사를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쫀쫀하게 엮어놨습니다. 고상할 것만 같은 외교관들이 ‘F’로 시작하는 욕을 달고 살고, 공작도 서슴지 않으며, 실제로 케이트처럼 외교 현안을 뚫고 나가는 외교관을 보면 ‘판타지’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기나긴 전쟁, 영국의 EU 탈퇴와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 미국과 이란·아프가니스탄 관계, 고령의 미국 대통령, 미국·영국과 달리 자기 목소리를 내는 프랑스 등 현실 국제 정세가 고스란히 반영된 대사와 장면들은 현실 그대로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면서도 체면을 생각하는 각국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현실 국제 정치 위에 판타지를 얹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색깔로 따지자면, <외교관>은 차갑고 비열한 <하우스 오브 카드>와 밝은 분위기인 <마담 새크리터리>의 중간 정도 입니다.
<외교관>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들의 ‘피부색’입니다. 주인공 케이트를 제외하고 대체로 똑똑하고 지성인의 면모를 지닌 캐릭터는 ‘유색인종’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비열한 캐릭터는 ‘백인’이 연기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흐름에선 이런 구도입니다.
회당 50분, 8부작으로 구성된 <외교관>은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며 시즌 2를 예고하고 끝냅니다.
장군멍군 지수 ★★★★ 미국과 영국의 외교적 대응과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
국제 상식 지수 ★★★★ 다양한 외교현안이 쏟아져 국제 이슈 영상으로 착각할 정도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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