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위한 유토피아"…전세사기 '건축왕'의 황당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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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동안 듣고 있는데 건축왕 이 사람이 꿈을 꾸고 있나 싶더라고요. 무슨 공상과학 영화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A(45)씨는 최근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수도권에 2천708채를 보유한 '건축왕' B(61)씨가 지은 건물이다.
A씨는 '바지 임대인' 뒤에 숨어 있던 건축왕을 직접 만난 몇 안 되는 세입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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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시간 동안 듣고 있는데 건축왕 이 사람이 꿈을 꾸고 있나 싶더라고요. 무슨 공상과학 영화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A(45)씨는 최근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8년째 산 집이 지난해 10월 경매에 넘어갔고, 지난 19일 낙찰자가 나와 곧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수도권에 2천708채를 보유한 '건축왕' B(61)씨가 지은 건물이다. 그도 B씨 일당으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했다. 최우선 변제금 2천200만원 외 나머지 4천만원은 떼일 처지다.
A씨는 29일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어 1년만 더 살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사이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며 "보증금도 다 못 받게 돼 지금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A씨는 '바지 임대인' 뒤에 숨어 있던 건축왕을 직접 만난 몇 안 되는 세입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월 10일 B씨의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1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를 모두 녹음했다.
당시는 전세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B씨가 구속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작년 12월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기만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B씨가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는지 궁금해 직접 전화했고 어렵게 만났다고 했다.
녹취에 따르면 B씨는 A씨를 만나 "반짝반짝 수치에 밝은 벤처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세입자들을 위해 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솔직히 수도사(수도승)처럼 살아요. 세입자들을 위해서. 누구도 안 알아주는데 우리 직원들은 알죠."
그는 또 "솔선수범하고 이타적인 사람"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이 손 벌리고 있으면 나눠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미화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리비 없는 주택에 쇼핑몰도 만들어서 입주하신 분들을 위해 정말 '유토피아'를 만들려고 (건축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동안 자신이 대출을 받아 납부한 이자도 세입자들의 월세를 대신 내 준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가 하면 이번 전세사기 사건을 자치단체나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세입자들을 위해서 (내가) 이자 낸 게 2천500억원 정도인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원도) 동해 쪽에서 땅을 워낙 싸게 샀으니깐 거기서 자금을 500억원이든 1천억원이든 끌고 (인천으로) 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동해시장이라는 분이 딴지를 걸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내가 궁지에 몰렸고 언론인들도 나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는 B씨는 "나를 구속하면 '올스톱'된다"며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 관리하고 있다"며 "이걸 어떻게 풀 것인지 나만큼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A씨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이후 3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B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은 피해자는 한 명도 없다.
A씨는 "1월에 만났을 때 B씨가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 안정화돼 가고 있다. 해외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데다 서로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며 "전부 거짓말"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경찰은 B씨 일당 61명이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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