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워싱턴 선언,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
BTS·블랙핑크 언급하며 ‘콘텐츠 규제완화’ 강조
조지프 나이 교수 “A 학점 완벽한 답변”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두고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을 마친 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의 대담에서 나이 교수가 중국의 ‘워싱턴 선언’ 비판을 들어 한·중관계 악화 여부에 대한 전망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 선언은 지난 26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확장억제 관련 선언으로 양국간 ‘핵협의 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은 우선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존중에 기반해서 아주 좋은 양국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결의에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기에 협조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됐다”며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함께 (핵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워싱턴 선언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학생이 미국 행정부 교체시 ‘워싱턴 선언’의 변화 전망에 대해 묻자 “(이 선언은) 우리가 맞닥뜨려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 방안을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을 두고는 “(한·미 양국이) 일 대 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다자 약정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워싱턴 선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일각의 독자적인 핵무장 여론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핵 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핵무장)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라고 하는 핵 개발을 하자고 하는 여론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핵 위협이 눈 앞에 와있다고 강조하면서 “1953년에 재래식 무기를 기본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그런 한미 상호방위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거듭 말했다.
‘선제적 양보’ 기조로 한·일 관계를 푼 것을 두고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우리 정부가 먼저 시작을 했는데 일본 정부가 호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스턴에서 일어나보니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 등 소프트파워와 관련된 논의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나이 교수가 한국의 소프트파워 강화 노력에 대해 묻자 “BTS, 블랙핑크, ‘미나리’,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의 성공에) 정부가 도와준 것이 거의 없다”면서 민간의 영역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드파워’인 중화학 공업이라면 국가가 나서 산업 진흥을 할 수 있지만 ‘소프트파워’는 국가가 나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국가는 불필요한 규제를 해제해 전세계를 ‘단일 마켓’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이 교수는 “케네디스쿨 재학생이라면 바로 A 학점이 수여될 정도로 완벽한 답변”이라고 화답했다.
보스턴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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