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부산시청에 유명화가의 대형작품이 걸려 있다?
‘미디어월’ ‘들락날락’ 복합문화공간 눈길
상시개방으로 부산 시민 누구든 방문 가능
주변을 다니다 보면 ‘아니 이곳에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보물이 우리 주변에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모를 때가 많습니다. 국제신문은 부산 울산 경남에 숨은 보물을 찾는 콘텐츠를 연속 게재합니다.
첫번째 순서는 부산시청 1층 로비입니다. 도시철도 1호선과 연결된 통로로 평소 많은 시민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큰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고(故) 전혁림 화백의 대형 작품이 걸려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전 화백은 고향인 통영과 부산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서양화가입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독특한 색채와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쌓아가 ‘색채의 마술사’ ‘한국의 피카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청와대에도 걸렸던 통영항(한려수도), 늪, 바다와 나비 등이 있습니다.
강렬한 색채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피카소라는 수식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화백의 작품을 부산시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과연 전 화백의 그림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연결된 통로를 따라 시청으로 들어가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미디어월’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미디어월은 부산시에서 설치한 미디어갤러리로 가로 16m 세로 5m 크기의 LED 화면에 실감형 영상 콘텐츠와 시정홍보 영상 등을 송출합니다. 시민은 가던 길을 멈추고 영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미디어월에서 ‘월멍’을 때린 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난 9월 개소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이 보입니다. 992㎡ 규모의 이 공간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이, 독서, 디지털 체험, 학습 등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장소는 미디어 아트 전시관입니다. 전체 길이 18m의 이 공간에서는 모네와 고흐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과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작가의 작품, d‘strict의 Tropical Jungle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월처럼 한쪽 벽에서만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벽면부터 바닥, 그리고 천장까지 사방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어 관람료를 내고 입장하는 전시 못지 않습니다.
부산시청 들락날락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상시 개방하며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니다.
[부산시 총무과 황보근 청사관리팀장] “들락날락의 경우 지난해 9월에 개관했는데요. 누적 방문자 수가 13만 명입니다. 1일 방문자 수가 7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시민 여러분들의 폭발적인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산시 청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청과 시의회, 그리고 경찰청이 함께 모여 있어 행정기관 간 업무 협업이나 시민 편의 제공 측면에서는 최적화된 공공청사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기능에서 머물지 않고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나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들락날락 이용객 김혜림 씨]“(들락날락에) 한 달에 8번 이상 오죠. 무엇보다도 편하게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좋고 아이들이 동화체험 할 수 있는 곳과 영상 공간도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시민들이) 아직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홍보가 아직 덜 된 것 같아서 이렇게 좋은 공간을 우리만 누리기는 좀 아깝죠.”
들락날락에 앉아서 시청 벽면을 바라보면 거대한 규모의 미술 작품이 눈에 띕니다. 이 작품이 바로 전혁림 화백의 작품 ‘한국의 풍물’입니다. 시청 로비를 기준으로 양쪽 벽면에 걸려 있는 이 작품은 좌측 벽면은 가로 20m 세로 10m 크기(5m x 2.5m, 16점), 우측 벽면 작품은 가로 10.8m 세로 12m 크기(2.7m x 4m, 12점)입니다. 한국의 풍물은 1998년 부산시가 9980만 원에 매입했습니다. 이 가격은 전 화백 그림의 가치에 비해 물감, 캔버스 비용 등 제작비 수준의 금액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 가격을 매기기 힘들 정도로 고가입니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 “전 화백님이 대작을 후반기에 많이 하셨는데 이만한 대작은 없어요. 부산시청에 맞춰서 커미션 한 작업이고 그렇기에 유일무이한 작업이라고 보여지거든요. 우리나라 전통의 색조, 전통의 기물, 부산과 통영이 가지고 있는 바다의 특성들을 자기 화풍으로 독특하게 창출해내신 분이거든요. 이정도 대작을 걸어놓을 곳이 과연 몇 군데가 있는가도 생각을 해야 돼요.”
하지만 들락날락이 전 화백 작품 앞에 들어서게 되며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재 작품이 위치한 벽면에 서고를 높게 세워 개방감을 높여야 한다는 게 그 이유.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전 화백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데다 2010년 작고한 뒤 그의 작품의 값어치를 매길 수 없어 부산시가 보관·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작품을 철거하더라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작품 자체가 큰데다 부산시립미술관 수장고도 그다지 여유가 없었습니다. 작품을 철거할 때 훼손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결국 부산시의 결정에 따라 한국의 풍물은 들락날락과 공존하게 됐습니다. 들락날락을 관리하는 한 주무관은 “그림과 들락날락의 톤앤매너가 조화로운 것 같다”며 “아이들도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재 시청 2층에는 전 화백의 작품 설명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이 있다는 사실도 많은 시민이 모르고 있습니다. 바로 2층이 이 그림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봐야 전 화백의 작품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은 유명 화가의 작품이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아트 관광’이 유행입니다. 바로 이곳을 아트 관광의 성지로 승화시켜도 무방합니다. 지금은 이 작품이 이곳에 걸려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데 좀더 눈에 띄게 해 많은 관광객이 이를 보러 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시청에는 전 화백의 작품 뿐만 아니라 곳곳에 미술 작품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상시 개방되어 있는 시청사에 미술품을 전시함으로써 시민에게 미술작품 감상 기회를 제공해 문화 향유권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또 부산미술협회의 추천을 통해 부산 작가 작품을 대여해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도 합니다. 이 미술품들은 시청사에 10점, 시의회에 20점 숨어 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이제는 시청이 단순 행정 업무를 보는 곳을 넘어, 지역 관광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청에 한번 들러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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