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방위조약, 워싱턴선언 통해 핵 포함 방위로 업그레이드”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강연 후 청중과의 대담에서 “북핵 위험이 지금 눈앞에 와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라고 한 것과 궤를 같이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한 상황에서 한미 군사 동맹이 미국의 핵 전력 운용과 관련한 한·미 상호 간 협의와 공동 기획·실행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고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러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또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고 하는, 핵개발을 하자고 하는 그런 여론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두고는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과 한국의 핵기술을 감안할 때 한국이 핵비확산체제(NPT)를 존중하려면 미국 핵 전력 운용 과정에서 한국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며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한미 간 ‘핵 협의 그룹(NCG)’가 ‘나토식 핵공유’와 비교되는 데 대해선 “(워싱턴 선언은 한·미가) 일대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저는 워싱턴 선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할지 묻는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질문에는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협조를 좀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됐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도 함께 노출돼 있기에 (워싱턴 선언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이란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 지원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황에 따라서 저희가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또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국민 간에 과거 식민 시절과 관련해 많은 감정의 갈등과 대립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 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미래의 협력이 우리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들을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오늘 아침 보스턴에서 일어나 보니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내전이 악화한 아프리카 수단의 일본인들이 대피 과정에서 한국 도움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벌써 몇 달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일본인 학생의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도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한테는 그러한 변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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