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에 “형님 정신병원 집어넣게 시켰잖아요!”…법정서 충돌

김수연 2023. 4. 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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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여유·유동규 발끈…“내가 불법 용인했겠냐” 李 반문에 유동규 격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었다 입장을 바꿔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대표와 첫 법정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이 말을 섞은 것은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이 대표와 유씨는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회 공판에서 맞붙었다. 지난달 31일 처음 대면했지만 문답은 처음이다. 유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재수사 이후 입장을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과 증언을 이어왔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도 증인을 신문할 수 있는데, 피고인 신분인 이 대표가 이 기회를 활용해 증인 유씨를 상대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유씨 주장의 허점을 추궁하며 여유로움을 유지한 반면, 유씨는 질문을 거듭할수록 진술이 번복되는 등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대표는 증인으로 나온 유씨에게 자신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던 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들었다. 유씨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변호인이 지적하자, 유씨가 “1공단 공원화 관련으로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한 것이 기억나지 않느냐”고 이 대표를 언급한 순간이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냐. 1000억원 만들 수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변호사)한테 이야기했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묻자 유씨는 “네”라고 답했다.

유씨가 금액 등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녹취록에 1000억원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2013년 3월이었는데, 이 얘기를 나한테 들었다고 하면서 검찰 조사에서는 정진상(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들은 얘기라고 했죠”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내가 2013년 2월 신년간담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면 3700억원이 남아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몇 달 뒤 공원 조성에 1000억원밖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게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러자 유씨는 “그때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서 제가 시장님 말씀을 들었다”며 “시장님께서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말씀하시고 대화했다는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그동안 재판에서 이 대표를 ‘이재명’이나 ‘이재명씨’로 언급했는데, 이날 직접 대화를 하면서는 ‘시장님’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가 “내가 그림을 그린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그린 게 어떤 것이었냐”고 묻자 유씨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린 것은 증인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유씨는 “저도 시장님도 (함께) 그렸다”고 재반박했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유씨와의 신문에서 이어갔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공사 입사 직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여러 차례 함께 직보했다고 유씨가 주장한 점에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하자, 유씨는 “위례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처음 가서 시장한테 보고한 것은 맞다”고 약간 물러섰다.

위례 사업 추진 때의 구체적 상황을 물었지만 유씨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되풀이하자 이 대표는 “명확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답답해서 물어본다. 팩트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집요한 질문을 이어가면서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세에 몰리는 듯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씨를 몰아세우면서 이 대표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변호사로 오래 활동한 법조인답게 톤을 조절하면서 유씨를 향해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유씨는 즉시 “아니오”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만배팀’이 대장동 사업에 들어온다고 보고했다는 유씨 주장도 “증인이 불법행위를 하면 제가 그것을 용인했을 것 같나”라고 반박했다.

이에 유씨도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모르셨나. 시장님 최측근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재차 압박하자 유씨는 격분하며 “시장님은 형님 정신병원을 왜 강제로 입원시켰나. 그런 범죄라든지 그런 걸 밑에 사람들 안 시켰나. 다 시키지 않았느냐”며 “시청에 시장들 공신들 불법 취업을 하게 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16일 유씨에 대한 이 대표 측 반대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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