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나토식 핵공유보다 더 실효성…지속가능성 확고"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최대 성과인 '워싱턴 선언'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다자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에 따른 확장억제(핵우산) 강화가 직접 핵을 배치하는 나토식 핵 공유는 아니지만 두 나라가 문서로 맺은 만큼 충분한 효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또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이 과거 재래식 전력을 바탕으로 맺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핵을 포함하는 업그레이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핵 위협 고도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양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한 뒤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참석 학생들과 함께 질의응답을 가지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확장억제 개념은 나토 핵 공유 이후에 나온 개념"이라며 "나토 핵 공유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립된 가장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워싱턴 선언의 효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불가피한 선택과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싱턴 선언의 지속가능성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에는 우리는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하고 이런 것, 미국은 핵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북한의 구체적 위협에 대해서 어떻게 실효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참여하에 서로 협의해서 방안을 마련하고 거기에 입각한 훈련과 연습을 한다는 것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이 어느 일방의 의무만을 규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다고 함부로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
워싱턴 선언 자체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점은 중국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나이 교수가 중국의 반발에 대해 묻자 "중국과 관계를 늘 상호존중에 기반해서 좋은 양국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결의에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기에 대해 협조를 충분히 하지 않는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되고 위협적이고, 거기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도 함께 노출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 선언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그런 선언이 결코 아니다"며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북핵을 인정하면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하고 양자 간에 핵 분출만 남을 수 있는데 북한 핵 보유를 비핵화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군축으로 다루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독자 핵무장에도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는 1년 이내에 할 수 있는 기술기반이 있다"며 "그러나 핵은 단순한 기술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과 방정식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무장을 주장하는 일부) 국내 여론은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핵 개발 하자고 하는 그런 여론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결국 워싱턴 선언은 1953년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그 위험이 눈앞에 와있고 아주 구체적이고, 마치 그 전쟁상황이라고 한다면 적이 바로 앞에 와 있는 상황"이라며 "1953년 재래식 무기 기반 상호방위조약에서 핵이 포함된 한미 상호 방위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보스턴(미국)=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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