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투기세력이 노린 8개 종목… 범행 `먹잇감`된 결정적 이유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투기 세력이 개입한 국내 증시 상장사가 8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020년 이후 지속적인 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으로 이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투자한 대상 8개 종목의 주가를 보면 최고 1740%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지난 24일부터 폭락하면서 빚더미에 앉은 투자자들이 줄잇고 있다.
◇주가조작 어떻게 이뤄졌나
주가조작 세력들은 주로 유통주식 수가 적어 주가 등락 폭이 큰 자산주를 노렸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바로 '먹잇감'이었다.
주가조작 세력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H회사가 영업과 매매팀을 두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매매를 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세력은 투자를 일임한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 통정매매로 주가를 끌어올려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주고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가 2020년 1월 2일부터 최근까지 8개 종목의 최저가와 최고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대성홀딩스는 2020년 2월 24일 7550원에서 지난 3월 30일 13만9000원으로 1741.06%나 폭등했다.
최고가 기준으로 선광은 최저가 대비 1625.18%까지 뛰었고, 다우데이타는 1220.53% 상승률을 보였다.
3년 내 최저가 대비 상승률을 보면 삼천리 863.24%, 서울가스 757.14%, 세방 745.05%, 다올투자증권 498.67%, 하림지주 404.84% 등이다.
가수 박혜경은 "지인이 문제의 회사를 소개해줘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원을 회사에 맡겼다"며 "전속계약 후 그 회사에서 깔아준 앱을 보니 1억원이 +300, +400 이렇게 불어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돈을 보냈고 그게 모두 4000만원"이라고 토로했다.
이 집단은 연예인, 의사 등 투자자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고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했다.
CFD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CFD는 개인이 국내 증권사와 계약을 맺으면 이 증권사는 다시 외국계 증권사에 대리를 맡기는 형식이어서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고액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져온 투자방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CFD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 진입이 용이해지면서 '괴물 같은' 주가조작 집단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문제는 증거금률이 종목별로 40∼100% 수준에서 설정할 수 있어 최대 2.5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증권사 신용융자 거래와 마찬가지로 CFD 역시 정해진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된다.
실제 가수 임창정은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세력에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애초 30억원을 맡겼는데 투자 규모가 한 때 최대 80억원대까지 갔다가 빚이 60억원이 생겼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무더기 폭락사태로 전말 드러나
보이지 않던 주가조작 세력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지난 24일 8개 종목이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에서 쏟아낸 대량 매물폭탄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의 시가총액 총합은 지난 28일 4조3456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 21일 시총 합계(약 12조1949억2000만원)보다 7조8492억9000만원 급감했다.
대성홀딩스(-73.83%), 서울가스(-72.64%), 삼천리(-69.25%), 다우데이타(-60.11%), 세방(-58.05%), 하림지주(-42.55%), 다올투자증권[030210](-35.62%) 등 주가도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증권가에서는 세력 내 누군가가 제보해 금융위원회와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가 물량 처분에 나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8개 종목 폭락 이틀 전에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처분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익래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천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매매 시점은 거래일 기준으로 폭락사태가 발생하기 이틀 전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서울가스 김영민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9500만원에 이른다.
민낯을 드러낸 대규모 주가조작 일당은 일제히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전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혐의 조사의 핵심은 주식매매 일당이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과 수량, 가격 등을 사전에 짜고 지속적인 매매를 하는 행위인 '통정매매'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금융위와 검찰은 관계자 10명에 대해 출국 금지와 주가조작 회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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