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내비 '먹통' 안 되는 터널 가능해요"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 정보를 얻는 측위(測位) 기술은 애초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각종 교통수단의 위치 정보 수요와 스마트폰 보급에 힘입어 민간 전 분야로 쓰임새가 확 넓어졌다.
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으로 불리는데,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대표적이다.
미국 외에 러시아(글로나스), 유럽연합(갈릴레오), 중국(베이더우, 北斗)도 자체 GNSS를 구축했지만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은 GPS다.
GPS 기반의 내비게이션은 위성 신호를 받는 수신기가 위치 정보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위성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陰影) 지역인 지하공간이나 터널에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국뉴욕주립대 교내 스타트업으로 2020년 6월 출발한 아이디씨티(IDCITI)가 GPS 음영 문제를 해결할 '킬러' 솔루션으로 uGPS(Underground GPS)를 내놓고 상용화에 나섰다.
아이디씨티라는 회사 이름은 어릴 적부터 창업가를 꿈꿨던 류 대표가 미래의 스마트시티를 상상하며 15년 전쯤 미리 사놓은 도메인명이라고 한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연합뉴스 사옥에서 류지훈(42) 아이디씨티 대표를 만났다.
박사 학위 받은 기술로 교내 창업 도전
고려대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으로 전자공학을 공부한 류 대표는 뉴욕 스토니브룩대학 컴퓨터과학과에서 소프트웨어 통신기기(SDR, Software Defined Radio)를 주제로 박사모를 쓴 공학도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인천 송도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학교 교내 1호 벤처기업으로 아이디씨티를 세웠다.
그는 "SDR로 박사가 됐는데, 다양한 SDR 관련 연구를 하다가 회사까지 차리게 됐다"며 연구실에서 얻은 성과가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걸 보고 싶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류 대표 설명에 따르면 GPS는 인공위성 신호가 미치지 않아 음영지역으로 불리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하늘을 볼 수 없는 지하공간이나 터널이 해당한다.
GPS는 약 2만2천㎞ 떨어진 우주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신호의 발신 시각과 수신 시각을 정밀하게 동기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위성에서 나오는 신호가 막히면 시각 동기화가 끊어지면서 수신기의 위치 파악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신호 단절 직전까지의 대상체 이동 속도 등을 토대로 위치를 추정해 주는 맵(지도) 매칭 기술 같은 다양한 대체 솔루션이 등장했다.
그러나 기존 대체 솔루션들은 위성 신호가 그대로 이어지는 수준의 성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실제로 GPS 기반으로 작동하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 신호가 미치는 터널 진입 직전의 속도가 터널 안에서 이어진다고 가정한 부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류 대표는 "터널 안에서 여러 상황에 따라 가속하거나 감속할 수 있는데도 그런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게 현재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체 솔루션에 따라서는 전용 하드웨어를 새롭게 설치하거나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범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GPS 음영 문제에 대응할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긴 했지만,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킬러 솔루션'은 되지 못한 셈이다.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터널 안으로
아이디씨티가 이 문제를 풀 기술로 내놓은 것이 가상 위성 기능을 하는 uGPS다.
uGPS는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수정만으로 성능을 높이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통신기기인 SDR 보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정밀한 시각 동기화를 통해 인공위성에서 받는 신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신호를 지하공간에 만들어 준다고 한다.
류 대표는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터널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uGPS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범용성이 꼽힌다.
류 대표는 uGPS를 활용하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깔지 않고도 GPS 센서가 내장된 기존 내비게이션 장비로 하늘이 보이는 바깥 공간에 있는 것처럼 GP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씨티는 서울 남산 1호 터널(명동 방면)과 한국도로공사의 실험 터널에서 uGPS 실증 테스트를 마쳤다.
그 결과를 반영한 신제품을 올여름부터 양산한다.
신제품은 아이디씨티가 uGPS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내놓는 5번째 개량 버전이라고 한다.
류 대표는 "2년가량의 경험을 축적해 이제 양산을 시작하게 됐다"며 양산 초도 물량을 200대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도 물량은 고속도로 터널 등에 설치될 예정이다.
류 대표는 uGPS를 활용하면 점점 더 복잡해지는 터널이나 대심도(大深度) 도로에서도 운전자에게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원활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PS 음영이 자율주행 4단계(고도 자동화)나 그 후의 5단계(완전 자동화)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걸림돌이 되는 점을 들어 본격적으로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는 uGPS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 대표는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스타트업계가 전반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다양한 연구개발(R&D) 지원 사업과 투자 유치를 통해 향후 2~3년간 쓸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구축하는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류 대표는 "양산 버전을 현장 기술자들이 쉽게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해외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간단한 교육자료와 함께 곧바로 보내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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