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내리니 모두 쳐다봤다…교문 앞 '하차감 끝판왕'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1) 꿈의 아빠차
한국서 1박2일 130㎞ 시승… 국내 언론 최초
2열 디스플레이로 유튜브·게임… 아이들 선호
위로 열리는 팰컨 윙 도어, 사람들 시선 한몸에
'아이 5명 아빠' 머스크, 모델X 개발 직접 참여
기어레버 대신 터치로, 초음파센서 제거 '불편'
“저기 큰 차 테슬라 맞죠? 저렇게 위로 문이 열리는 건 처음 보네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최근 문을 연 국내 7번째 테슬라 매장 신사스토어는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테슬라 차량의 미니멀한 실내 디자인처럼, 하얀 벽의 매장은 그 어떤 인테리어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한가운데 전시된 번쩍이는 차들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이 차들은 테슬라가 지난달 ‘2023 서울모빌리티쇼’ 개막과 함께 국내 출시한 준대형 세단 모델S와 대형 SUV 모델X입니다. 이번에 상륙한 모델S·X는 지난 2021년 신형에 가깝게 대폭 성능이 개선된 버전입니다. 각각 기본형과 고성능 트림인 ‘플래드’로 나뉘어 그해 6월 북미 시장에 먼저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지난 2년간 이 모델S·X의 구입은커녕 시승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입니다. 팬데믹 기간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자연스레 ‘돈이 되고 잘 팔리는’ 차량에 집중하게 됩니다(이 덕분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기업들은 최근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테슬라 역시 주력 차량인 모델3와 모델Y 판매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 때문에 모델S·X를 예약한 국내 고객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국내 언론 최초로 한국에서 ‘신형’ 모델X 시승을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했습니다. 테슬라 신사스토어에서 시작한 시승은 강변북로를 따라 일산을 거쳐 파주까지 총 130㎞를 달렸습니다.
이렇게 큰 차였나…팰리세이드보다 커
신사스토어 주차장에서 대면한 모델X의 첫 느낌은 ‘크다’입니다. 이 차의 제원은 △길이 5050㎜ △너비 2000㎜ △높이 1625㎜ △축거 2965㎜ △공차중량 2360kg입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SUV 팰리세이드(△길이 4995㎜ △너비 1975㎜ △높이 1750㎜ △축거 2900㎜)보다 큰 차입니다. 다만 둥글둥글한 디자인에 차량 높이가 낮아, 도로에선 좀 더 작아 보인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델X의 외관은 구형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앞 범퍼, 휠, 후면등에 약간의 디자인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차량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봅니다. 차량 천장까지 이어져 탁 트인 앞 유리가 시원해 보입니다.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우선 중앙에 세로로 배치됐던 스크린이 가로로 바뀌었습니다. 17인치 디스플레이는 2200×1300의 고해상도 ‘트루 컬러’를 지원합니다. 운전자가 보기 편하게 좌우로 각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터치스크린의 감도는 마치 애플의 아이패드를 쓰는 것처럼 뛰어났습니다.
운전대를 잡아봅니다. 신형 모델S·X는 네모난 모양의 요크 스티어링 휠이 유상 옵션(37만원)으로 제공됩니다. 그러나 시승 차는 평범한 휠입니다. 개인적으로 요크 스티어링 휠이 신형의 내부 인테리어에 더 어울려 보였습니다.
기어 레버는 어디 갔나요?
테슬라 차량은 시동 버튼이 없습니다. 기어를 ‘D’로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운전대 옆에 당연히 있어야 할 칼럼 시프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어 레버는 어디 갔죠?” 당황한 기자에게 테슬라 어드바이저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빠졌습니다. 이젠 터치 방식으로 조작합니다”고 답했습니다.
주차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디스플레이 왼쪽에 전진과 후진 표시가 뜨고 휴대폰 화면을 밀어내듯 변경합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 익숙해지면 괜찮아질까요. 기자는 시승 이틀 내내 이 방식이 불편했습니다.
빠진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차량 내 초음파센서(ultrasonic sensors)도 사라졌습니다. 이 센서는 주행 중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주차 중 가까운 물체를 감지하는 데 사용됩니다. 기존 테슬라 차량엔 12개의 초음파센서가 달려 있었습니다. 대신 카메라가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와 인공지능(AI)에 의존하는 ‘완전 비전 중심 방식(Heavily Vision-based Approach)’입니다.
문제는 주차 중에 ‘삐~’하는 경고음도 없다는 겁니다. 워낙 큰 차량이다 보니 주차 중 다른 차를 부딪칠까 다소 불안했습니다. 이 사안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어드바이저는 카메라로만 인식할 수 있게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투자자의 날’에서 차량 생산비용의 50%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불필요한 기능은 최대한 제거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러나 실제 차량 고객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이 차량의 가격은 1억3949만원부터입니다.
우주선 같은 ‘팰컨 윙 도어’
뒷문 손잡이에 손을 대 봅니다. “슈우웅~” 마치 SF영화 속 우주선처럼 문이 서서히 하늘 위로 열립니다. 모델X의 최대 자랑인 ‘팰컨 윙(falcon wing) 도어’입니다. 이 문 열리는 소리는 만들어낸 걸까요. 아무리 들어도 신기합니다. 실제로 기자의 모델X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팰컨 윙 도어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길을 지나던 중에 문을 열어봐달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형 SUV답게 뒷좌석은 넉넉합니다. 시승 차는 7인승 옵션으로 3열까지 좌석이 배치됐습니다. 아이가 2명 이상 있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 딱 맞는 영락없는 ‘아빠차’입니다. 뒷문이 위로 자동으로 열리는 만큼, 아이들이 타고 내리기에도 편합니다.
2열에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됐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게임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용 무선 컨트롤러가 호환됩니다. 장시간 여행에도 아이들이 지루할 틈이 없어 보입니다. 인포테인먼트가 직관적입니다. 괜히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닌 듯합니다. 고급 차에 걸맞게 오디오 시스템도 훌륭합니다.
모델X 개발 ‘깨알 지시’한 머스크
테슬라의 세 번째 전기차 모델X는 2015년 첫 출시됐습니다. 2011년 테슬라는 모델S의 플랫폼으로 가족용 SUV를 구상합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어린 아들만 다섯이었습니다. 다자녀 아빠답게 SUV에 대한 본인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우선 차량 2열과 3열에 아이들을 쉽게 태울 수 있어야 했습니다. 미니밴의 슬라이딩 도어도 머스크처럼 덩치가 큰 남성(키 189cm)에겐 불편했습니다.
모델X 개발팀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타임머신 ‘드로리안’처럼 뒷문을 위로 열리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넓은 공간이 생겨서 SUV의 중간과 안쪽 자리를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모형을 본 머스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그는 차량을 더 길게 만들어 출입구를 넓히라고 지시합니다. 말이 쉽지, 사실상 다시 만들라는 얘기였습니다. 이 문제로 당시 테슬라 수석 차량 엔지니어였던 피터 롤린슨(현 루시드 CEO)은 머스크와 대판 싸우곤 했습니다(팀 히긴스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모델X는 그렇게 ‘아빠’ 머스크의 취향이 잔뜩 반영됐습니다.
꿈의 ‘아빠차’
시승 이튿날 기자는 아이들을 모델X에 태우고 아침 통학길에 나섰습니다. 육중한 차량이 교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슈우웅~” 특유의 우주선 사운드와 함께 팰컨 윙 도어가 열립니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뛰어 내립니다. 학교 앞에 모여있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이 일순간 모델X에 쏠렸습니다. “저 차 테슬라인가요?”
그렇습니다. 기어 레버가 없고, 센서가 안 울리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다른 건 몰라도 ‘교문 앞 하차감’으론 그 어떤 슈퍼카도 부럽지 않은걸요. 게다가 그 차들보다 더 빠르기까지 합니다.
→2편 ‘강변북로의 야누스’에서 계속
※‘테슬라 레전드의 귀환’ 3편은 ‘모델X 내러티브 시승기’ 이후에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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