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양성 요람' 전주교육대…100주년 맞아 새로운 도전 나선다
박병춘 총장 "인구절벽 위기 맞서 선진 교원 양성시스템 마련에 주력"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참, 사랑, 새로움'.
28일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은 전주교육대학교 캠퍼스를 찾았다.
캠퍼스에는 100주년 기념 플래카드와 함께 도덕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교원을 양성하겠다는 건학 이념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진리 탐구를 뜻하는 '참', 고매한 인격의 상징인 '사랑', 창조성의 상징인 '새로움'이 전주교대가 추구하는 교육이념이다.
전주교대 캠퍼스는 개교 이래 한 번도 이전하지 않고 전북 전주시 서학동 황학봉 서쪽 자락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주교대가 자리한 황학봉은 형세가 학이 날개를 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 붙여진 지명으로, 전주교대를 상징하는 교조(校鳥) 역시 황학이다.
전주교대는 이곳에서 지난 100년간 '교원 양성의 요람'으로 3만1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주교대 정문 오른쪽에 자리한 황학당에서는 전주교대 10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개교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주교대의 유구한 역사는 일본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교대는 1923년 5월 1일 전라북도 공립사범학교라는 이름으로 처음 입학생을 받았다.
국립대 중에서는 서울과학기술대(1910년)와 서울시립대(1918년) 이외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일제는 1922년 2월 조선교육령을 개정하고, 같은 해 4월 경성사범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이듬해 1923년 13개 도에 공립사범학교를 개교했다.
당시 전라북도 공립사범학교 입학생 수는 102명.
학과별로는 강습과 51명, 특과 51명으로, 강습과는 1년제, 특과는 2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개교 후 약 1년간은 교육시설이 없어 전주제일공립보통학교의 교실을 빌려 수업을 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원 양성의 소임을 다 했다.
이후 재정난을 겪어 잠시 휴교했다가 1936년 전주사범학교로 재개교했다.
엄혹한 일본 강점기에도 학내 구성원들은 일제의 민족적 차별에 저항정신을 품고 학생운동과 한글 교육을 이끄는 등 민족의 고난을 함께 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1950년)으로 휴교가 선언되기도 했지만, 1952년부터 문교부 지정 특설 교원양성소로서 교원 양성의 역할을 이어갔다.
군사독재 시절인 1962년에는 전주사범학교가 전북대학교 병설 교육대학으로 개편됐다가 1963년 국립학교설치령에 따라 2년제 전주교육대학으로 독립교육기관이 됐다.
1983년 전주교육대학이 4년제 교육대학으로 승격되면서 전주교대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주교대가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학부생 2만9천312명, 1999년 설립된 대학원 졸업생은 2천42명이다.
현재는 학부생 1천140명과 대학원생 170명이 재학 중이다.
전주교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걸출한 동문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껍데기는 가라'를 지은 신동엽(1930∼1969) 시인이다.
신동엽 시인은 1945년 4월 전주사범학교 사범과에 입학해 1949년 4월까지 4년간 재학했다.
비록 졸업을 2년 앞두고 서울로 거처를 옮기긴 했지만, 전주사범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시인의 작품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신동엽 시인의 동문인 전주사범대 사범과 3회 졸업생들은 2001년 졸업 50주년을 기념해 시인을 기리는 시비(詩碑)를 세우기도 했다.
일본 강점기와 군사독재라는 굴곡의 역사를 거쳐온 전주교대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절벽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전주교대 구성원들은 모진 풍파를 묵묵히 견뎌낸 10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병춘 총장은 "숱한 역사적 고비와 열악했던 재정 여건에도 우리 대학이 명실상부한 명문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교직원, 학생, 동문,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과 지원 덕분"이라며 "인구절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제는 변화를 시도할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이어 "인구가 준다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등교육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인구절벽 위기에 맞서 선진화된 교원 양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우리 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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