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들을까 걱정"…대통령실 따라온 집회 주민들 '시름'[용산시대 1년]
기사내용 요약
대통령실 인근 일평균 6건 집회신고
주민들 소음·교통·안전 문제로 몸살
"아이가 욕설 섞인 시위 노래에 충격"
[서울=뉴시스]임철휘 전재훈 기자 = "주말에는 지방에서 온 집회 참가자들의 대절 버스, 경찰 버스가 단지에 들어차서 꼼짝없이 갇혀요. 이젠 CCTV로 도로를 꼭 확인하고 외출합니다."
내달 10일이면 정부가 기존 청와대를 떠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지 1년을 맞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은 대통령실을 따라온 집회·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집회·시위에 따른 큰 소음과, 집회 참가자들의 도로 점거로 인한 교통체증에 삶의 질이 수직으로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주변 초등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자녀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삼각지역 일대 집회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신고 건수는 지난해 1~3월 577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44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 2019년(879건)과 비교해도 63.9% 증가했다.
용산구 삼각지역과 대통령 집무실 앞 전쟁기념관 인근으로 범위를 좁히면 집회신고 건수 증가 폭은 더욱 가파르다.
최근 4년간 1~3월 집회신고 건수를 보면 ▲2019년 7건 ▲2020년 0건 ▲2021년 21건 ▲2022년 3건으로 모두 32건에 불과했던 집회신고 건수는 2023년 1~3월 551건으로 16배 넘게 늘었다.
이번 해에만 월평균 180건이 넘는 집회가 삼각지역과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렸다. 하루 평균 6건이 열린 셈이다.
실제로 삼각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집회는 적지 않다.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는 매주 토요일 삼각지역 11번 출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집회 참가자 2000여명이 오후 1시부터 약 5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촛불전환행동 6000여명과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600여명이 불과 300m 거리를 두고 맞불 집회를 열어 한강대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집회 소음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집회에는 대형 스피커가 동원되는데, 집회가 진행되는 중에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소음이 발생한다.
대규모 집회 단골 장소인 한강대로 바로 앞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8)씨는 "남들에겐 평화로운 주말이 나에겐 너무 고통이다"며 "욕설이 섞인 집회 소음보다 음악을 크게 듣는 게 백번 나아서 스피커를 따로 사서 크게 틀어 놓는다"고 말했다.
이곳에 사는 이모(15)양도 "시위를 하는 날이면 학원 가기 위해 외출하는 게 무섭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삼각지역 가는 길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한강대로 인근 아파트 주민 최모(23)씨는 "창문을 다 닫고 영화를 봐도 영화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며 "귀도 아프고 머리도 울린다. 진단서라도 떼서 신고를 해야할 판"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전장연 집회 때는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집회 참가자들과 집회를 통제하는 경찰을 향해 "적당히 하자"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장연 관계자 2000여명이 한강대로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점거하면서, 차량은 물론 횡단보도나 인도에서 시민 통행에도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는 집회가 열릴 때면 삼각지역 인근 한강대로가 전부 무대로 변한다. 이에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근 아파트 거주민 박모(43)씨는 "주말에 남대문시장에 갈 일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나왔다가 시위대에 완전히 갇힌 적이 있다"며 "5분 갈 거리를 40분 넘게 걸릴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용산구 주민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민들은 실시간 교통 정보가 담긴 CCTV 사진을 올리는 등 실시간 교통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한 주민은 "지방에서 온 집회 참가자들의 대절 버스랑 집회를 관리하러 온 경찰 기동대 버스까지 단지 인근에 들어차서 주말에는 꼼짝없이 갇힌다"며 "나갈 때마다 실시간으로 집 앞 CCTV를 검색해 (도로 상황을) 확인하고 나간다"고 전했다.
자녀를 둔 인근 거주민들은 자녀 교육과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
자녀가 용산초등학교 학생이라는 이모(41)씨는 "시위 현장을 지나는 데 아이가 욕설이 섞인 집회 구호와 노래를 듣고 '노래가 충격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위대가 아이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며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시위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선은 지켜야 하지 않나. 아이에게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부모 박모(38)씨는 "원래 조용한 동네라 아이들이 나갈 때 불안한 적이 없는데, 이젠 시위를 하는지 확인하고 외출시키는 편"이라며 "집에 있을 때도 집회 소음이 자주 들려 신경이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일부 거주민들은 직접 구청이나 경찰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각지역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집회 소음 등과 관련한 탄원서를 관할 구청과 경찰에 제출했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 인근 주민 1000여 명은 집회로 인한 피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제출했다. 권 의원은 서울 용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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