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고통 큰 '중증 천식' 환자들, 값비싼 치료제에 이중고"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오는 5월 2일은 세계천식기구(GINA)가 천식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해 제정한 '세계 천식의 날'(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이다.
천식은 폐 속 기관지가 아주 예민해져 호흡곤란,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을 반복 또는 발작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다. 특정 환경이나 물질에 노출됐을 때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원인이다.
29일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회장 장석일)가 건강보험자료 공유서비스(NHISS)를 통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천식 유병률은 2006년 1.62%에서 2015년 4.74%로 늘었다. 또한 천식 관련 사망률도 2003년 대비 2015년에는 약 2.9배 이상 증가했다.
천식의 영어명인 '아스마'(asthma)는 날카로운 호흡을 의미하는 그리스어(aazein)에서 유래했다. 천식을 감기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명칭의 유래에서 보듯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감기와 천식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대체로 마른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이 천식에서 더 심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신아영 교수는 "감기를 그냥 두면 천식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틀린 얘기"라며 "만약 숨쉬기가 힘들거나 마른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고 이러한 증상이 주로 밤이나 이른 아침 또는 날씨 변화, 매연 등에 노출될 때 심해진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식의 치료는 약물을 기본으로 한다. 약물 치료제는 기도의 알레르기 염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천식 증상이 조절되도록 하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제'와 좁아진 기도 근육을 빠르게 확장해 증상을 개선하는 '증상완화제'가 있다. 다만, 증상완화제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천식 중에서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을 앓는 사람들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고용량 흡입형 스테로이드제, 기관지 확장제 등 대부분의 천식 치료법을 제대로 사용했음에도 조절이 잘되지 않는 경우를 중증 천식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중증 천식 환자들은 흡입 약물을 최대한으로 써도 증상 개선이 안 돼 심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반복해서 입원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먹는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서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안수 교수는 "천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은 부작용 위험성이 높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높다"면서 "특히 스테로이드제 의존성 천식의 경우 그렇지 않은 천식에 견줘 사망률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는 "건강보험 청구 자료로 볼 때 천식 환자 중 중증 비율은 최대 10% 수준으로, 이는 세계천식기구에서 제시하는 6.1%보다 높은 수치"라며 "중증 천식 환자의 외래방문 횟수와 연간 입원 횟수, 치료비는 비중증천식 환자의 2~3배에 달하고, 환자당 약제 비용은 9~10배나 된다"고 실태를 전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중증 천식 치료에 효과가 탁월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되면서 세계천식기구와 국내 진료 지침 등에서 중증천식 환자에 대한 맞춤형 생물학적 제제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들 약물 대부분이 고가의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생물학적제제는 오말리주맙(Omalizumab), 두필루맙(Dupilumab), 메폴리주맙(Mepolizumab), 레슬리주맙(Reslizumab), 벤랄리주맙(Benralizumab) 등으로, 이중 오말리주맙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나머지 약물의 경우 매달 한 번 투약하는데 300만원이 넘게 드는 상황이다.
중증 천식은 환자의 특성에 따라 약물의 치료 효과가 달라 의사가 약제를 선택하고 장기간 투여해야 하는데, 한 달에 300만원이 넘는 약을 꾸준히 쓸 수 있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는 게 협회의 분석이다.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국내 천식 입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2배, 사망자 수는 미국과 일본의 약 3~4배에 달할 정도로 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중증 천식 환자들의 질병 부담과 생물학적 제제의 비용-효과성을 충분히 고려해 조속한 급여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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