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가 아마존서 대박 난 비결…"중국산 팔던 사람도 주문하더라"
이탈리아, 호주도 '호미 사랑' 가세...추가 주문 들어온다
56년 망치질, 지난해 어깨 수술받아..."후계자 찾습니다"
자신이 외국인과 마주 앉아 대화할 일이 있을 줄, 석노기 영주대장간 대표(70)는 꿈에도 몰랐다. 3년 전 석 대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로부터 "호주 사람이 호미를 사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석 대표 호미가 미국 쇼핑몰 아마존에서 한창 인기를 끄는 시점이었다. 호주인은 멜버른에서 호미 장사를 시작했다. 석 대표 호미가 아마존에서 팔리는 것만큼 잘 팔리지 않았다.
화상회의할 때 호주인은 판매 중인 호미 하나를 들어 보였다. '중국산이구나' 석 대표는 딱 보고 알았다. 중국은 호미를 가마, 틀에 넣고 찍어낸다. 겉만 보면 수작업으로 두들겨 만드는 것보다 매끈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져 쉽게 망가진다. 호주인은 석 대표의 호미를 1200여개 샀다. 이어 3년 동안 2번 더 주문했고 이달 초 세번째 추가 주문을 했다.
이탈리아, 인도에서도 석 대표 호미를 사 간다. 미국도 당초 구매처 한 곳이 석 대표 호미를 사 아마존에 입점했는데 지금은 구매처가 세곳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미국 교포가 경상북도 영주 대장간으로 찾아와 사업을 하겠다며 호미 1000여개를 사 갔다. 이달 기준 석 대표 호미는 10여개 국가로 수출된다. 수출국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석 대표는 196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매형 대장간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3남 1녀 중 막내였다. 큰형은 열다섯살 위라 가정을 뒷바라지하기 바빴고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 생활력이 떨어졌다. 학비를 낼 여력이 없었다. 당시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 아니었다.
석 대표는 일을 빨리 배웠다. 대장장이 기술은 10년이 넘어도 배우기 벅차다고 한다. 석 대표는 8~9년 만에 기술을 다 배웠다고 자평한다. 17세에 처음으로 혼자 낫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었다. 석 대표는 쇠가 불에 달궈지는 색을 보고 적절히 달궈졌는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다. 대장간에 흔한 온도계가 석 대표 대장간에는 없다.
아마존 진출은 우연이었다. 10여년 전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한창 크고 있었다. 석 대표도 '뒤처지면 안 되겠구나' 싶어 같은 지역에서 쇼핑몰 입점 사업을 하던 지인을 통해 국내 쇼핑몰에 호미를 입점시켰다. 그런데 바다 건너 미국에서 자꾸 호미 주문이 들어왔다. 당시 호미 하나 가격은 3000원, 미국에 보낼 때 운임료는 1만8000원이었다. 석 대표와 지인은 '교포가 호미를 사겠거니' 했다.
몇해 있다가 모 언론사 기자가 석 대표에게 전화해 "아마존에서 성공 축하드린다"고 했다. 석 대표는 그 때까지 아마존이 뭔지 몰랐다. 석 대표는 "테레비에서 보면 아마존 밀림 강, 지구의 허파라던데 강에서 호미를 쓰나 싶었다"고 했다.
석 대표 호미는 아마존에서 히트였다. 2019년 한해 아마존 원예 부문 상품 '톱10'에 들었다. 구매자 70%가 별점 5점 만점에 5점을 줬다.
인기는 여전하다. 28일 오후 1시쯤 아마존에 석 대표 호미가 8개 남았는데 오후 4시쯤에는 3개 남았다고 뜬다. '잘 샀다'는 댓글도 꾸준하다. 지난 14일 "This is my new favoirte tool(내 새로운 최애 농기구다)", 지난 12일 "바닥 좁은 틈에 난 잡초를 뿌리까지 뽑는다" 등 댓글들이 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Absolute best hand hoe for me(최고의 괭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전까지 미국은 잡초를 뽑는 데 모종삽, 갈퀴를 썼다. 모종삽은 손잡이와 날이 일렬이다. 잡초를 뽑으려면 날을 땅에 넣고 앞으로 밀어야 하는데 적당한 힘을 주기 쉽지 않다. 갈퀴는 갈퀴 사이가 비어 있어 잡초 뿌리를 캐내는 데 힘이 더 든다.
호미는 손잡이와 날이 기역(ㄱ)자이고 날도 넓적하다. 날을 땅에 넣고 몸 쪽으로 끌어당겨 쓰기 때문에 힘을 주기 쉽다. 날이 넓적해 뿌리도 금방 뽑힌다. 유튜브에는 호미와 갈퀴를 한번씩 쓰고 뭐가 더 효과적인가 비교하는 영상들이 있다. 호미가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젊을 때 석 대표는 하루 9~10시간 일하고, 호미를 60~70개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하루 약 5시간 일한다. 지난해 겨울에는 어깨 인대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석 대표는 "영주 대장간을 이어받을 후계자"라 했다. 그는 "아직 힘이 있어 망치를 들 수 있을 때까지는 (대장장이 일을) 해야지"라면서도 "요즘은 대장간이 3D 업종이라며 안 하겠다는 사람이 많겠는데 뜻있고 나와 함께 일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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