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가 5% 안팎서 잘 안떨어진다…인플레 장기화 우려(재종합)
미시건대 기대인플레 4.6%…인플레 압력 안 꺾여
전문가들 "미국 5%대 고물가 경제…인플레 끈적"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물가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연준이 1년여간 역대급 돈줄 조이기에 나섰음에도 5% 안팎에서 ‘끈적끈적한’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추후 연준 통화정책에 더 관심이 쏠린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직전월인 2월 당시 상승률(5.1%)보다 낮았다.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소 폭 상승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한 PCE 지수는 0.1% 올랐다. 이 역시 전월 수준(0.3%)을 밑돌았다. 에너지 부문 가격이 한달새 무려 3.7% 빠지면서 같이 내렸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예상을 웃돌았다. 1년 전보다 4.6% 상승하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5%)를 상회했다. 연준 통화정책 목표치(2.0%) 대비 한참 높다. 전월과 비교하면 0.3% 올랐다. 2월(0.3%)과 같았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PCE 물가가 주목 받는 것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주로 참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경제 전망을 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아닌 PCE 전망치를 내놓는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개인 소득이 줄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개인 소득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2월(0.3%)과 비슷했다.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 상승세는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지표들도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전기 대비 1.2%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1.1%)보다 오름 폭을 키웠다. 지난달 말 기준 미국 노동자들의 전년 동월 대비 임금 상승 폭은 5.0%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미시건대가 이날 내놓은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를 보면, 이번달 미시건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6%를 기록했다. 예비치 당시 숫자와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11월(4.9%) 이후 최고치다. 사람들이 1년간 4% 후반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하는 1년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현재 4.7% 수준이다. 심지어 5년 기대인플레이션마저 3.0%로 연준 목표치를 웃돌았다. 장기적으로 ‘저물가 저금리’에서 ‘중물가 중금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팬데믹 기간의 재정 확대는 미국을 2%대 인플레이션 국가에서 5%대 인플레이션 국가로 만들어 놓았다”며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하기 전까지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 어려울 것”고 진단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이번 PCE 보고서를 두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더 끈적끈적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전 현재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릴 확률을 90.0%로 보고 있다. 전날 83.9%에서 더 높아졌다.
다만 6월 FOMC 때 추가로 25bp 더 인상해 5.25~5.50%에 이를 것이라는 베팅은 26.8%에서 26.0%로 비슷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은 두 차례 이상 추가 인상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일각에서 나온다. 그만큼 연준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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