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워싱턴 선언, 핵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
[2023 한-미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채택된 의미에 대해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 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 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에서 “북핵 위험이 지금 눈앞에 와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또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러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며 “또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고 하는, 핵개발을 하자고 하는 그런 여론으로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든 워싱턴 선언의 취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엔피티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확장억제의 정보공유·공동기획·공동실행을 포괄하는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설립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엔시지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저는 워싱턴 선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과 함께 전술핵무기를 동맹국 영토에 배치하고, 핵기획그룹(NPG)을 통해 계획 과정에 참여시키고, 핵무기를 목표지점에 떨어뜨리는 수단으로 동맹국 보유 공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핵공유’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나이 교수가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저희는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좋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기에 협조를 좀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됐다”라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도 함께 노출돼 있기에 (워싱턴 선언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과 미국이 이제는 북한 핵무기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는 나이 교수의 질문에 “워싱턴선언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그런 선언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보유하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며 “저는 북한 핵보유와 북한의 핵문제를 비핵화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군축으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는 핵을 사용하게되면 어떤 결과가 날지를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서 핵 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일단 북핵에 대한 대응”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한 청중 질문에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전황에 따라서 저희가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또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여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며 “국민 간에 과거 식민 시절과 관련해 많은 감정의 갈등과 대립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미래의 협력이 우리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들을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오늘 아침 보스턴에서 일어나 보니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일본인 학생이 ‘과거사 해결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검토하는지, 한국 정부와 일본 내각의 교체가 있더라도 불가역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을지’ 묻자 “(한-일 관계의)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한테는 그러한 변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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