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폭등에 커진 박탈감…수사에서 드러난 강남 납치살인 사건 범행동기

유상원·황은희 피해자 통해 투자한 코인 폭락…코인대금으로 지급한 이더리움은 폭등
검찰, 민·형사 분쟁 기록 20여 건 분석…피해자 살해 후 코인 계정 접속 시도했으나 실패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강남 납치·강도 살인 사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팀장인 김수민 형사 3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인사건’이 주범인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가 피해자 A(48) 씨 코인 투자 문제로 장기간 갈등을 겪고, 민·형사상 법적 분쟁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은 유·황 부부가투자한 코인은 급락한 반면, 투자대금으로 지급한 이더리움은 급등한 것이 박탈감을 더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 28일 유·황 부부와 살인을 제안한 이경우(36), 범행을 실행한 황대한(36)·연지호(30)를 강도살인·강도예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황 부부와 A 씨는 2020년 10월 코인 거래소 상장 전인 ‘퓨리에버코인’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갈등을 겪었다. 유·황 부부는 1억 원을 직접 투자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 원을 투자했는데 A 씨는 대금을 받고도 코인을 분배해 주지 않았다. A 씨는 황은희가 투자 유치했던 30억 원도 이면계약을 통해 코인 발행업체로부터 직접 돌려받기로 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유·황 부부가 시세 조종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양 측의 민·형사 분쟁 기록 20여 건을 분석했다.

특히 유·황 부부가 투자한 퓨리에버코인 폭락한 반면 대금으로 지급한 이더리움은 4배 이상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상대적 박탈감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사업과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했던 이경우는 처음에 A 씨에게 접근했다 유·황 부부의 존재를 알고 A 씨의 정보를 빼내며 환심을 샀다. 이후 유·황 부부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자신의 고교 동기였던 황대환, 황은 자신이 운영한 배달업체에게 일했던 연지호를 차례로 끌어들였다. 실제 강도·살인 범행은 A 씨와 면식이 없는 황대한과 연지호가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상원과 이경우는 A 씨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계정으로 가상화폐거래소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A 씨의 가상화폐를 탈취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