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정권 종말’ 바이든에 “늙은이 망언”···윤 대통령엔 “그 못난 인간”

박광연 기자 2023. 4. 2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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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이틀 만에 공식 입장
‘워싱턴 선언’에 “적대시 정책 집약”
“핵 억제력 제2의 임무에 더 완벽”
공격적 핵 사용, 고강도 도발 시사
통일부 “적반하장 억지 주장 규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핵 공격시 “정권 종말”을 거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29일 맹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못난 인간”이라고 막말했다. 미국의 핵 우산 등 확장억제력 강화 결정을 경계하며 공격 목적의 핵무력 사용을 시사했다. 조만간 강도 높은 도발적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무례한 언어로 한·미 양국의 국가원수를 비방한 것은 북한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6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러한 내용의 입장문을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했다. 정상회담이 열리고 이틀 만에 지도자급의 최고 수위 입장문을 냈다. 김 부부장 담화는 사실상 김 위원장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핵협의그룹(NCG) 신설, 미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전개 등이 명시된 한·미 ‘워싱턴 선언’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 집권자들이 조작해낸 ‘워싱톤 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정녕코 환영받을 수 없는 행위로 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 조작과 미 핵전략자산들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하여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였으며 결과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하였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핵 공격시 정권 종말을 직접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는 “반드시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좌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적국 통수권자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를 늙은이의 망녕이라고 보겠는가”라며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 수가 없고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라고 밝혔다. 올해 81세 고령으로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하지만 가장 적대적인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라는 사실, 이는 우리가 쉽게 넘겨줄 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며 “힘에 대한 과신에 빠져 너무도 타산 없고 무책임하게 용감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김창길 기자

김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름만 언급하며 노골적인 막말로 비난했다. 그는 “번져지고 있는 정세는 매우 엄중하다. 윤석열은 이번에도 ‘한국형 3축체계’를 포함해 압도적 대응 능력과 응징 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지껄이면서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 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감지덕지해 하는 그 못난 인간의 사유 세계를 어찌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겠냐마는 우리는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우에(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달리는 해석될 수 없고 그 이상 더 명백할 수 없는 우리 국가에 대한 워싱톤과 서울의 위정자들과 군부 호전광들의 적대적 흉심을 재확인할 수 있은 이번 기회는 우리에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철저히 준비되여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방어 목적을 넘어선 핵무력의 공격적 사용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하였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명백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며 “적들이 핵 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 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하여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예정된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응해 고강도 도발적 군사 행동에 나설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최종 준비를 지시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고체 연료 추진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 태평양을 겨냥한 ICBM 발사 등이 거론된다.

예상치 못한 도발적 행동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할 때 ICBM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김 위원장 집권기에 다종의 탄도미사일을 동시 발사한 첫 사례였다.

통일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에서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 입장 발표 형식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적반하장격으로 억지 주장을 한 데 대해 규탄한다”며 “북한이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자마자 허둥지둥 억지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은 한·미 동맹의 핵 억제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데 대한 북한의 초조함과 좌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잘못된 길을 간다면 더욱 강력하고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며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며 “아울러 김 부부장이 무례한 언어로 한·미 양국의 국가원수를 비방한 것은 북한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 것으로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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