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ECI 1.2% 임금상승 여전”···“FDIC, 퍼스트리퍼블릭 관리준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3. 4. 2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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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형 마트.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보다 높은 고용비용지수(ECI)와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처리를 둘러싼 혼란에도 어닝에 대한 기대감과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에 부합하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83%, 0.80% 뛰었는데요. 10년 물 미 국채금리는 인플레가 내려간다는 기대에 연 3.42%대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날은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1분기 ECI가 나왔는데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과 주가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리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한때 50% 넘게 하락하기도 했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영업정지와 관련해 해당 은행의 관리 부실과 연준의 감독 실패, 느슨해진 규제가 원인이라며 책임을 인정했죠. 오늘은 주요 경제지표와 퍼스트리퍼블릭의 상황,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슈퍼코어 서비스 0.3%→0.2% 하락에도 인플레 압력”···“개인소비 1월(2.0%)→2월(0.1%)→3월(0.0%)”

먼저 3월 PCE부터 보죠. 이날 나온 3월 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2% 증가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4.1%를 살짝 웃돌았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1%로 예상과 같았는데요. 전년비로는 5%대이던 게 4% 선으로 하락했습니다. 전월 기준으로도 1월 0.6%와 2월 0.3%를 거쳐 이번에 0.1%까지 내려왔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는 시장 전망과 동일했습니다. 1달 전과 비교해 0.3%, 1년 전에 비해서는 4.6% 상승했는데요.

전반적으로 3월 PCE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서비스에서 주택을 뺀 슈퍼코어 서비스도 2월 0.3%에서 0.2%로 떨어졌는데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전이 있었지만 근원 PCE를 보면 여전히 하락 속도가 느린데요. 전월 대비 0.3%는 단순 계산 시 연간 3.6%의 속도입니다. 린제이 피에그자 스티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입장에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ECI를 보면 물가 우려가 커집니다. 1분기 ECI가 전기 대비 1.2% 상승해 블룸버그(1.1%)와 다우존스(1.0%) 전망치를 웃돌았는데요. 지난해 4분기 수치(1.1%)보다도 상승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4.8%로 작년 1분기(4.5%)보다 높아졌는데요.

ECI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아우르기 때문에 인건비 흐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눈여겨 보는데요.

그런 ECI가 전망을 상회했다는 것은 분명 좋지 않은 소식이죠. ‘높은 인건비=물건값 상승’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ECI는 임금상승률이 둔화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고용보고서상의) 시간당 평균임금 둔화는 그럴싸한 얘기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지난 6개월 동안 ECI는 연율 기준 4.7%의 비율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미국의 3월 PCE 현황

이날 나온 4월 미시간대 5년 이상 장기 인플레 기대 최종수치가 3.0%로 기존 2.9%보다 0.1%포인트(p) 상향 조정됐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인플레 기대가 올라갔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끈적하다는 것”이라고 전했죠.

여기까지 보면 5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좀 더 확고해졌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1시57분 현재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확률이 85.1%로 어제보다 1.4%p 상승했는데요. 6월 또 한번의 0.25%p 가능성은 24.4% 수준입니다. 시마 샤 프린시플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 “지금까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이 5월을 넘어 금리인상을 더 할 확률이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했는데요. 생각보다 좋은 어닝시즌도 금리인상을 의미할 수 있죠.

개인소비는 생각보다는 좋았습니다. -0.1%라는 월가의 예측과 달리 0.0%를 기록했는데요. 물가를 감안한 실질 개인소비도 0.0%로 시장 전망(-0.1%)보다는 높았습니다.

다만, 1분기를 월별로 보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추세인데요. 어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나왔을 때의 얘기와 같습니다.

개인소비는 △1월 2.0% △2월 0.1% △3월 0.0%였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개인소비는 △1월 1.4% △2월 -0.2% △3월 0.0%입니다. 강했던 1월 이후 힘이 빠지는 모양새죠. 실질 기준으로 개인들의 3월 상품소비는 -0.4%로 전달(-0.3%)에 이어 마이너스를 이어간 반면 서비스는 0.1%로 2월(-0.2%)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월가, 4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 17.8만 개 전망”···“브레이너드, 작년 말까지 파월과 반목 추가 금리인상에 영향 줄지 주목”

이런 추세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이어지는데요. 지난 달 은행 위기 이후 정크본드 금리가 약 1%p 하락하면서 침체 우려를 덜었다는 분석이 있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서는 침체가 필요하다는 기존 의견을 재확인하면서 “앞으로 12개월 내 침체가 올 가능성이 70%는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용도 계속 천천히 둔화하긴 하는데요. 블룸버그 단말기 전망치에 따르면 5월5일로 예정된 4월 비농업일자리 증가폭이 17만8000개로 전달(23만6000개)보다 감소할 전망입니다. 예상치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나올지 끝까지 봐야 하지만 말이죠. 최저는 12만5000개, 최대는 26만5000개인데요.

실업률은 3월보다 0.1%p 오른 3.6%로 점쳐집니다. 금은 갔으나 큰 틀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죠.

그래서인지 서머스 전 장관은 “연준이 금리를 5월에 인상해야 한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면서도 “(지역은행 위기에 따른) 신용 위축 문제를 고려하면 6월에 더 올려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는데요. 연장선에서 지역은행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두고 “은행 주가가 95% 폭락하고 신용 상태가 악화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정부가) 실망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따져볼 건 퍼스트리퍼블릭의 생사가 기로에 섰다는 점인데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는 “지금으로서는 퍼스트리퍼블릭이 FDIC 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체적인 대출 매각과 증자, 매각작업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겁니다.

블룸버그 집계 4월 고용보고서 전망

로이터통신은 한 발 더 나가 “FDIC가 곧(imminently) 퍼스트리퍼블릭을 관리체제로 가져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며 “더 이상 민간을 통한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주말 전후로 처리가 임박했을 수 있는 건데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43.3% 하락 마감했습니다. 올 들어서만 97% 떨어졌죠. CNBC는 퍼스트리퍼블릭이 FDIC로 넘어갈 경우 전액예금보장을 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 비보호 대상자들에게 정부가 괜찮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다른 은행으로 공포가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은 산불과 같이 확산한 후에 막기보다는 그 전에 처리하는 게 훨씬 쉽다”고 했는데요.

문제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과 다음 주 FOMC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인데요. FDIC로 넘어간다면 예금보호한도를 넘는 예금 처리와 이후 증시 반응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반면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에 영향이 없게 FOMC 이후 처리가 나을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버티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추가로 기준금리에 관해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냈는데요. WSJ가 전 연준 부의장인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주요 내용은 △2월에 연준을 그만두고 백악관에 온 브레이너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문제의 심각성을 TV를 보고 알았는데 이후 빠르게 은행규제안 제시 △비판자들은 그가 연준에서 인플레이션을 오판했다고 지적 △브레이너드는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급격한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걱정했고 금융시스템 일부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 △백악관은 브레이너드의 주장에 열광 △브레이너드는 의장을 보좌해야 하는 부의장에 있으면서도 작년 말까지 금리인상을 원하는 파월에 맞서 혼란스러워 함 등입니다.

이는 5월 FOMC를 앞두고 백악관의 브레이너드가 금리인상과 지역은행 문제를 두고 연준과 힘겨루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백악관의 속내를 아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퍼스트리퍼블릭, FDIC 처리 여부·시장 반응이 관건”···"어닝 시즌 분위기 5월4일 애플이 중요”

이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CIO 포레스트 킴은 “4월은 대체로 좋은 달이다. 아마도 어닝 시즌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충분히 빠르지는 않지만 경제와 인플레이션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어닝스 스카우트에 따르면 S&P500 기업 가운데 260개 기업이 실적을 내놓았는데 이중 79%가 어닝 전망치를 깼다고 합니다. 예상치보다 평균 6.1% 높았다고 하는데요.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약 6%보다 살짝 높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고문은 “어닝만 놓고 보면 침체가 확정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도 했죠.

CNBC의 밥 피사니는 레피니티브 자료를 인용해 전년 대비 S&P500 어닝 전망치를 △2023년 1분기 -2.4%(51.70달러) △2분기 -4.4%(53.82달러) △3분기 +2.1%(56.50달러) △4분기 +9.9%(58.06달러)라고 제시했는데요. 그는 “현재 어닝이 줄어들고 있지만 침체 시기와 비교하면 많지 않으며 애널리스트들은 경기침체를 생각하지 않고 하반기 기록적인 수준의 어닝을 예상하고 있다”며 “실적 추정치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한 뒤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죠.

28일(현지 시간)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 추이. 마켓워치 화면캡처

하지만 이는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밀러 타박의 매트 메일리는 “어닝이 조금씩 증가하고는 있지만 올 4분기 예측치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펀드 매니저 존 벨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기술주 주가를 높이고 있다”며 “연준은 경기가 둔화해도 인플레이션과 계속 싸울 것”이라고 봤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기업 어닝이 감소하고 노동시장이 둔화하면서 증시 랠리가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고 보기도 했죠.

추가로 어닝에 관해서는 5월4일에 있을 애플 실적발표가 핵심인데요.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43달러, 매출은 929억8000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CNBC는 “애플의 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퀄컴(5월3일)과 AMD(5월2일) 실적도 관심거리입니다.

별도로 월가에서는 상업용 오피스 빌딩 부진에 블랙스톤과 스타우드 모기지 리츠(REITs)에 대한 공매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옵니다. 연방정부 부채한도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조시 고타이머 하원 의원이 대규모 예산삭감의 대가로만 부채한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공화당의 요구에는 반대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과 매일 이에 대한 의논을 할 때라고 했죠. 협상의 영역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주말이 지나면 FOMC(5. 2~5. 3) 주간이 되는데요. 단기적으로 퍼스트리퍼블릭 처리방식과 시장 반응이 중요합니다. 일단 주말 전후로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야겠습니다.

※기사작성 뒤인 이날 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을 장악한 뒤 이르면 주말께 JP모건체이스나 PNC파이낸셜에 은행을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FDIC 일부 고위관계자들이 민간 처리방안을 막판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미국 현지시간 5월1~3일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 취재를 갑니다. 1일과 2일은 콘퍼런스 기사만 작성하고 3일은 FOMC 핵심 내용을 추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를 송고할 예정입니다. ‘위클리 3분 월스트리트’는 예정대로 나갑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더 풍부하고 정확한 내용을 전해드릴 수 있으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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