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 한 명을 '공매도' 친다면?"…버핏의 인생 조언 3가지[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워런 버핏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투자의 귀재'를 떠올리지만, 버핏은 인생에 대해서도 번뜩이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1998년 버핏이 플로리다 대학에서 MBA 학생들에게 한 강연은 지금도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래돼서 그런지 인터넷에는 화질이 안 좋은 영상밖에 없는데요, 그래도 볼수록 버핏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버핏의 말은 재치가 번뜩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버핏이 1시간 동안 한 강의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피트 키윗은 만약 어떤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면 뒤의 두 개(지능, 정력)는 오히려 자신을 큰 곤경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장인데 정직하지 않은 직원이 있다면 여러분도 그 사람이 영리하고 정력적이기보다는 차라리 멍청하고 게으르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버핏은 MBA 학생들이 지능과 정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모두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정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하면서 MBA 학생들에게 재밌는 문제를 던집니다.
바로 학생들에게 클래스 메이트 중 한 명의 평생 수입 중 10%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누구를선택할지 생각해보라는 건데요. 부자 아빠를 가진 사람을 골라서는 안 되고요,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해야 하는 즉 자수성가 할 사람을 골라야 합니다.
버핏의 말은 이어집니다. "지능지수(IQ) 테스트를 해서 가장 높은 IQ를 가진 사람을 고를까요? 학점이 가장 좋은 사람, 가장 활동적인 사람을 뽑을까요? 글쎄요. 그것보다는 아마 모두 머리도 영리하고 활동적이니까 양적인 요인보다 질적인 요인을 고려하기 시작할 겁니다."
버핏은 아마 학생들이 평소 자신에게 가장 잘 응답해 주거나, 리더십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관심있는 일을 실행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거라고 말합니다. 즉, 관대하고 정직할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버핏은 더 짓궂은 질문을 던집니다. 클래스 메이트 중 한 명을 '숏(Short·공매도) 베팅' 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지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버핏은 학생들이 IQ가 가장 낮은 사람을 고르기보다는 자신을 실망시켰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탐욕스럽거나, 편법을 쓰거나,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고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버핏은 종이 한 장을 꺼내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적는다면 재밌는 발견을 할 거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즉 두 개의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가 검토한 건 미식축구 공을 60미터 던지거나, 100미터를 9초대에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고, 반에서 가장 잘 생긴 사람도 아닙니다. 모두 우리가 원한다면 가질 수 있는 특징입니다.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행동, 기질, 성격적인 특징입니다.
심지어 이력서를 멋있게 꾸미기 위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해서 한다면 정신 나간 일이라고까지 말했는데요. 버핏은 하버드대학에서 잠깐 대화를 나눴던 MBA 학생의 일화를 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버핏에게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일들을 얘기해줬고 버핏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버핏은 다음 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을 듣고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아마 MBA 학위를 따고 나서 컨설팅 회사에 갈 것 같아요. 이력서가 멋있어 보일 거니까요!"
버핏은 "자네는 28살이고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한 거 같네. 자네의 이력서는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사람보다도 10배는 더 좋아 보여. 그런데 또다시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겠다니 나이 들었을 때를 위해서 성생활을 너무 아껴두는 것 같지 않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버핏이 약간 직설적으로 말한 것 같긴 한데, 이해는 더 빨리 되네요.
버핏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있다며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면 아침에 침대에서 뛰쳐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서요. 1951년 버핏은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레이엄은 거절했지만, 버핏은 끊임없이 성가시게 졸랐고 결국 그레이엄 밑에서 약 2년 동안 일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버핏은 훌륭한 경험이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왔다고 강조합니다.
어려운 질문인데, 버핏의 대답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먼저 버핏은 자신이 정말로 행운아였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재밌는 가정을 합니다.
MBA 학생이 태어나기 24시간 전에, 램프의 요정 '지니'가 "이봐, 너는 미래가 밝아 보이는데, 나에게 큰 문제가 하나 있어. 나는 네가 살아가야 할 세계를 설계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한테 맡길게!"라고 말합니다.
MBA 학생이 "내가 모든 것을 설계할 수 있다고?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라고 반문하면 지니가 "맞아. 너는 흑인 또는 백인, 부자 또는 가난뱅이, 남성 또는 여성, 병약하게 또는 건강하게, 영리하게 또는 모자라게 태어날지 알 수 없어. 네가 아는 건 58억 개의 공이 들어있는 큰 통에서 공 하나를 꺼낸다는 거야. 너는 '난소 복권(Ovarian Lottery)'에 참여하게 될 거야."
바로 여기서 버핏의 유명한 난소복권이 나옵니다. 미국에서 태어날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날지, IQ 130으로 태어날지 IQ 70으로 태어날지, 남성 또는 여성, 흑인 또는 백인으로 태어날지를 정하는 난소복권입니다.
버핏은 위의 가정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경우(사람)를 위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버핏은 자신이 완벽하게 맞는 세상에 태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1930년대 미국에 태어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자본 배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버핏은 줄곧 자신이 하는 일이 '자본을 배분하는 일(Allocate capital)'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버핏은 만약 자신과 MBA 학생들이 무인도에 떨어져서 절대로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장 많은 쌀을 수확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면서 자신이 "나는 자본을 배분할 수 있어!"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 보니 무인도에서는 정말 농부가 버핏보다 소중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이제 마지막입니다. 버핏은 100개의 공을 꺼내면 그 중 5개는 미국인일 것이라며 미국에서 태어나는 건 5%의 확률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은 여성, 나머지 절반은 남성이며(버핏은 학생들에게 성별 판단을 맡긴다고 말합니다) 절반은 지능이 평균보다 낮을 것이고 절반은 평균보다 높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버핏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공을 다시 통에 넣을 것인가요?"라고 물으면서 대부분은 100개의 공을 가지기 위해 자신의 공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지금 이 교실에 앉아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1%에 속한 사람이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버핏도 똑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버핏은 자신이 태어날 때는 미국에 태어날 확률이 50분의 1이였다며 좋은 부모를 만난 것 등 모든 게 행운이었으며 운 좋게 시장 경제에 적합하도록 태어나서 엄청난 보답을 받았다고 회상합니다.
계속해서 버핏은 자신이 엄청난 행운아였으며 이렇게 행운아가 된 방법은 자신이 평생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또 버핏은 좋아하는 사람과만 같이 일한다고 말하면서 1억달러를 벌 수 있더라도 자신의 속을 뒤틀리게 만드는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돈을 위해서 결혼하는 게 어떤 상황에서도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특히 이미 부자일 경우에는 미친 짓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하면서요. 버핏은 자신은 다시 태어나더라도 그동안 해왔던 일과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에스에어(USAir)를 매수한 것만 빼구요(버핏은 항공사 투자를 줄곧 후회해왔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행운의 역할로 돌릴 만큼 겸손할 뿐 아니라,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살겠다고 할 만큼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온 버핏이 부럽습니다. 버핏의 말을 계속 되새겨야겠습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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