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따라 회장님 마음도 흔들?…몸값 맞추기 어려운 상장사 M&A

김근우 2023. 4. 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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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로닉·대보마그네틱, 경영권 매각 부인·철회
주가 시시각각 변해 가격 협상에 '난항'
신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 우려 등 원인
수십년 간 사업 일군 '창업주'라는 공통점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거나 관련 소문이 돌던 상장사들이 계획을 철회하거나 매각 의사를 부인하는 상황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상장사는 주가에 따라 시시각각 ‘몸값’이 변하는데다 수십 년 동안 일군 회사를 넘길 결단을 내려야 하는 ‘회장님’들의 마음도 변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레이저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085370)이 최근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사측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며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 루트로닉 측은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매각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주가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장사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 루트로닉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5.96%나 올랐다. 이처럼 짧은 기간 사이에도 몸값이 크게 달라지는 상장사의 특성이 원매자와의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IB업계는 황 회장의 매각 의지가 확고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황해령 루트로닉 회장의 마음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만약 매각 의사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현상은 매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루트로닉의 주주구성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 황해령(19.42%)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0.8% 수준이다. 총 발행 주식수의 66.86%가 소액주주의 지분이다.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황 회장 뿐이며, 우리사주조합은 의결권 없는 상장 우선주 41,948주(우선주 기준 지분율 20.79%)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이 결국 황 회장의 마음을 접게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루트로닉은 과거에도 매각 의사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번에는 시장에서 제시한 기업가치를 확인하고, 해당 가격에는 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루트로닉 측은 “회사는 매각 의사가 없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지속적이고 다각화된 내적·외적 투자를 하고 있다”며 “주가의 변동에 따라 매각을 고려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철이나 비철금속을 제거하는 탈철기 공급업체인 대보마그네틱(290670) 역시 한때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잠정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입찰에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산은·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한솔제지 등 다수의 후보가 선정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지만, 원매자와의 가격 협상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전자석탈철기(EMF) 1위 업체로 꼽히는 대보마그네틱은 2차전지 장비 관련주로 각광받으며 주가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경영권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사상 최고가인 9만6200원까지 주가가 뛰기도 했다.

대보마그네틱 역시 상장사 특유의 주가 변동성이 원매자와의 협상을 어렵게 만들면서 매각 절차가 중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보마그네틱 뿐 아니라 다수의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까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사실이다.

신사업의 진행이 매각 절차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권 변동이 기존의 공급 계약과 신규 발주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대보마그네틱은 고순도 하이니켈 양극재용 수산화리튬 임가공 사업과 텅스텐, 붕소 계열 첨가제 사업 등을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특히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최대 600㎞까지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 이준각 대보마그네틱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58.07%지만, 지난 2월 이상익 부사장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사임 후 보유지분 대부분을 처분하면서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나온 지분은 45.3%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루트로닉과 대보마그네틱의 최대주주인 황 회장과 이 대표는 모두 수십년 간 직접 사업을 일군 창업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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