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빠지고 대만 바닷길 막히면…북쪽엔 러시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면 북한이 한국의 관심을 끌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중국과의 분쟁이 긴박하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에 주둔한 4개 비행대 중 2개 비행대대를 투입합니다. 하지만 대북 억지력을 위해 나머지 2개 비행대대는 한국에 남는 것을 가정합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펴낸 '다음번 전쟁의 첫전투: 중국의 대만 침공 워게이밍'(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Wargaming a Chinese Invasion of Taiwa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나온 중국의 대만 침공 워게임(모의 전쟁)의 전제 조건이다. CSIS는 윤 대통령의 지난해 "만약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발언을 지목하고 주한미군의 4개 비행대대 중 2개는 한국에 남는 것을 가정하고 워게임을 실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전쟁이 현실화하면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CSIS는 중국이 대만 전역을 해상에서 봉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대만 동편은 우리의 핵심 무역로인 바시 해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집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11일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만약 대만 해협 갈등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이 남방항로 전반에 군함을 동원한 해상 봉쇄(Naval Blockade)를 거는 등 '전면전 초입 신호'를 보낼 경우 우리 국민들이 받을 충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난방·차량 이동 등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뿐 아니라 기반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CSIS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 주변국 위치도에 태극기 등 국기와 병력 포진도를 그려놓고 워게임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대만이 연합해 중국과 결전을 치른 다양한 시나리오들은 대체로 미국 측 승리로 귀결됐다. 하지만 양측 진영을 합쳐 수만 명 단위로 사망자가 나오고 미국은 글로벌 영향력이 꺾였다. 중국은 체제 붕괴 위험에 내몰린다. 미국 해군은 바다 위의 군사요새라고 불리는 항공모함 2척을 잃는다. 다른 군함도 17척 잃고 항공기 270대가 파괴된다. 미군과 맞선 중국은 함선 138척이 폭침되고 군용기 155대가 파괴된다. 미국을 도와 참전한 일본 자위대도 100대 넘는 군용기를 잃고 군함 20여척이 수장된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국들에서 촉발된 군비 경쟁에 대응하고 바닷길을 지키기 위해선 외교적 갈등 관리와 해군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북 노선의 근간이 되는 한미 동맹의 정신이 바닷길에서 펼쳐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기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중국 삼성경제연구원장)은 "미중 간에 갈등이 없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우리는 사실은 현상 유지가 좋다"라며 "우리도 자유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가치 자유에 대해서 찬성을 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2조원대 건조비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의 첫 항공모함 사업을 두고 비용 낭비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하지만 '돈 먹는 항모' 비판은 해상교통로 확보와 영유권 분쟁 등에 있어 해군력이 갖는 의미를 간과한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해군력은 해상 교통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으로도 거론된다. 전세계 해운업계에서 우리나라는 선박수 1680척, 선복량(Ship's Space· 선박 적재 능력) 9230만 중량톤수(deadweight tonnage·DWT) 규모를 갖춰 10대 해운국에 속한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1함대사령관을 역임한 천정수 해양대 초빙교수는 "우리나라 군사비가 세계 8위에서 10위권인 54조원(2022년 예산 기준)에 달한다"라며 해군 군비 확충의 의미에 대해 "해양 주권을 지키고 해양 자원 개발, 해양 경계 확정에 보탬이 되려는 것"이라고 했다. 천정수 초빙교수는 "해상 교통로 확보와 해양 자원 개발 등에 필요한 외교적 협상의 큰 무기가 바로 군사력"이라고 했다.
북극 항로의 동해루트에는 일본이 분쟁지역화하려는 독도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 국립 영토주권전시관은 일본 미래세대에게 "언젠가 다케시마에 꼭 갈거야"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그런데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 열도,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 영유권 문제로 각각 분쟁 중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토 분쟁을 하는 국가와 군사 안보 협력을 한 사례가 거의 없다"라며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일으킨 마찰들이 윤석열 정부 노선인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우리에게 부담을 안긴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한중 한러 협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다"며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항상 해군력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트러블 메이커' 일본과의 갈등이 충돌 가능성까지 비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주일미군 기지를 전초기지화한 미 정부가 기피하는 것이 한일 갈등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본이 갑자기 독도를 점령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군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북한의 위협이 있고 자원이 한정된 여건에서 해군력을 증강할 방안으로는 원자력 잠수함이 가장 좋은 방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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