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챙겼던 ‘이들’의 권리...누구도 반대 않지만 이뤄지기는 힘드네 [Books]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4.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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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변호사의 ‘물건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동물은 인간이 마음대로 다루는 물건이 아니다. 대중의 동물권 의식이 높아지고 반려동물 양육 인구도 많아지면서 관련 법 개정과 동물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 역시 커져 이 명제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식 변화에 따라 이달 27일부터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도 시행됐다. 1991년 첫 제정 이후 2007년, 2011년 두 차례 전면 개정을 거쳐, 11년 만인 지난해 3차로 전면 개정된 법이다. 법조인이자 동물권 운동가인 저자는 개정법 내용을 분석·비평하고, 우리 사회 동물권 보호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그가 동물권 보호에 발을 들인 건 사법연수생 2년 차에 접한 한 장의 사진이 결정적이었다. 한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아있는 새끼 돼지의 네 발을 사방으로 잡아당기는 사진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이 고통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돼지를 능지처참한 것이다. 인간의 목적 달성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고 무자비하게 짓밟은 잔혹함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저자는 위법성 여부를 떠나 근본적 질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생명이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 인간종뿐 아니라 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권리와 평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왜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지, 말 못 하는 동물에게 무슨 권리가 있는 것인지 저자는 17세기 데카르트·칸트의 동물 기계론부터 18세기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19세기 다윈의 진화론, 1975년 피터 싱어의 저작 ‘동물 해방’과 종 차별주의 비판 등 역사적 논의와 현시점의 쟁점, 자신의 경험 등을 폭넓게 조명한다.

10여년간 동물권 보호를 위해 뛴 현장, 법정 다툼의 생생한 뒷이야기도 기록됐다. ‘전기 쇠꼬챙이 개 도살’ 사건은 2020년 대법원이 동물 보호의 이정표를 제시한 주요 판결 중 하나다. 개농장 운영자가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원심법원에선 무죄를 선고했다. 저자는 이 사건의 제3자임에도 불구하고 적극 의견서를 냈는데, 동물마다 느끼는 고통과 잔혹한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파기환송심 끝에 유죄가 인정됐다. 이 밖에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며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소송 주체로 내건 ‘설악산 산양 소송’ 등 우리나라 동물보호와 권리 보장을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될 만한 사건들의 기획 배경을 엿볼 수 있다.

동물보호법이 본격 개정된 것은 큰 진전이지만 ‘만족하기엔 이르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동물 학대 예방과 사후 처벌 모두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어 주요 선진국에선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로 보는 반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다. 동물 학대는 법적으로 물리적인 행위만 인정된다. 좁은 공간에서 감금 사육하고 산책시키지 않는 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주는 일 등은 법적으로 학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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