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포커스]"선 구금 후 조사"…中, 반간첩법 강화에 '외국인 탄압' 공포
"사법 당국, 자의적 해석 가능…언론인·학자·기업인 모 불안 떨어"
(서울=뉴스1) 정윤영 김예슬 기자 = 중국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최근 간첩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는 '반(反)간첩법(방첩법)'을 통과시킨 가운데 외국 기업들이 술렁이고 있다.
당국이 간첩 행위로 간주하는 범위가 크게 확대됐지만,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 반체제 인사는 물론이고 언론인, 나아가 기업인들도 간첩으로 내몰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새로운 방첩법에 따라 반체제 인사는 물론 외국 언론인과 외국 기업, 학자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실제 중국 전인대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개정된 방첩법을 통과켰는데, 앞으로 구체적인 행위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간첩 단체나 대리인에게 빌붙는 행위', 즉 모종의 교류만 있어도 그 대상이 간첩 또는 간첩 대리인으로 규정돼 처벌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개정법에는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를 국가의 안보나 이익에 관련된 문서·데이터 등을 빼돌리는 행위 또는 정부 기관등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대상이라고 지목했으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사법당국의 자의적 해석이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을 중국의 연구소로 지목하는 행위부터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중국 경제 상황 등과 같은 주제를 언급하는 것도 반 간첩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쓰다 야스히로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2014년 도입된 이 법은 이미 처음부터 극히 모호하고 강력했다"면서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것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그는 "개정안은 모든 조직과 사람이 용의 선상에 올릴 수 있어 당국이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 할 수 있다"면서 "중국 지도자들이 보기엔 중국이 개방되고 있어 취약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위축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마츠노 히로이치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측에 법 집행과 사법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 사법당국이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같이 말하며 "중국 주재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리콴유공공정책학원 알프레드 우 부교수도 "이전에는 정상적으로 분류되던 일부 활동이 지금은 간첩행위가 될 수 있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학자, 연구원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정부는 방첩법은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외국 인사들을 수시로 구금했다. 실제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반(反)스파이법으로 지금까지 스파이 행위 등이 의심되는 일본인을 최소 16명 구속했으며, 이 중 최소 10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들어서도 구금 사례는 끊이질 않고 있는데, 지난달 중국 당국은 일본 제약업체 아스테라스제약 중국 사무소에서 직원 1명을 반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일본의 중국 정치 전문가인 가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도 "법에 따른 간첩 활동의 정의가 모호해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사람을 파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고, 이미 많은 학자들은 중국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일본 기업들도 간첩 정의가 모호해 중국에 파견 보내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일 큰 문제는 과거 판례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활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개정안에도 어떤 종류의 문서가 안보 문제로 간주되는지 여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법당국이 사안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서방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의 중국 국적 자 5명을 구금하고 해당 사무소를 폐쇄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에서 직원들을 심문했다. 중국 당국은 단속의 이유 등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인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더욱 겁을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마이클 하트 소장은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지만, 최근 일련의 조처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우리 재계는 겁에 질려 있고, 조합원들은 다음 목표가 누구냐고 묻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가운데 8명은 석방됐거나 형기를 마쳐 일본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스파이 혐의로 베이징에서 구속돼 징역 12년을 받고 복역 중이던 70대 남성은 건강이 나빠져 지난해 1월 숨졌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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