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서울고법 신청사, ‘비소 리스크’ 어쩌나…정화하려면 380억 들어

김지환 기자 2023. 4.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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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쉼터 후생관 일대서 발견된 비소·불소
기준치보다 높아... 청사 건설 시 제거 필수
’공간 부족’ 호소한 법원 “신속히 완공할 것”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

서울법원종합청사에는 법원 구성원을 위한 복지 공간이 있다. 청사 뒤에 있는 후생관과 잔디가 깔린 운동장, 그리고 오솔길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후생관 계단을 지나 운동장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는 건 법원 직원들의 큰 낙이다. 예로부터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 사이에선 “후생관 계단을 오르며 재판 합의가 끝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법원은 지난 2019년 이 일대에 서울법원종합청사의 제2청사를 짓기로 했다. 2021년에 설계 용역까지 마무리했다. 10만2373㎡ 부지에 신청사를 지어 서울고법과 서울회생법원이 사용하도록 하려는 게 법원행정처의 계획이었다. 현재의 서울중앙지법 건물과 지하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기본 설계에 포함돼 있다. 신청사가 완공돼야 서울행정법원도 서울법원종합청사 내부로 들어오면서 ‘공간 부족’을 호소한 서울가정법원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신청사 공사는 예정대로 착수되기 어려워졌다. 신청사 부지에서 토양오염물질인 불소와 비소가 검출되면서 ‘오염토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한 기준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화작업에 38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면서, 2024년 착공을 목표로 했던 법원행정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법원 쉼터 ‘후생관 일대’서 비소·불소 검출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소와 불소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검출됐다. 후생관 일대 전역에서 골고루 분포해 있었다고 한다. 상세조사까지 진행한 결과 제초제 등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비소 등의 중금속이 검출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인 건 인체에 유해를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토양환경보전법상 공공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서초구청과 정화작업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반출 정화’를 하기로 했다. 비소 등으로 오염된 땅의 흙을 퍼내 외부로 반출해 정화한 뒤 다시 들여오는 식이다. 현장에서 정화작업을 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법원을 찾는 이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고 업무상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그래픽=이은현

법원행정처는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토지정화명령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서’를 서초구청에 제출했다. 또 비소 등이 검출된 지역 중 오솔길을 포함한 녹지도 있어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의견서에 담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다른 방법으로 관리하면서 토양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으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청사 있어야 ‘재판지연’ 줄텐데... 문제는 예산

문제는 예산이다. 반출 정화를 통한 정화작업에 약 380억원 상당이 들 것이라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물론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추후 서초구청과 협의 결과에 따라 줄거나 늘 수도 있다. 당초 법원이 신청사를 계획하며 책정한 예산인 1330여억원에 정화작업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기에 추가 예산 책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원행정처는 조만간 기획재정부와 관련 협의 절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확보에 따라 신청사 완공 시점이 정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서울 여러 법원에서 공간 부족을 호소해왔던 만큼, 빠른 협의로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서울법원종합청사 내에서는 법정이 부족한 문제가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당초 신청사는 2개 재판부당 법정 1개를 배정하도록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한 부장판사는 “새로운 공간 확보는 신속한 재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까지 모든 설계를 마무리한 뒤 2027년 신청사를 완공한다는 기존 계획은 더 늦어지게 됐다. 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완공 시점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완공 시점 자체가 먼 미래이다 보니 현재 법원에 있는 법관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조달청의 설계 적정성 검토의 마무리단계가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 조달청과 외부 전문가들, 법원 관계자들이 참여한 합동토론회가 진행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토론회 결과가 나오고 설계가 확정되는 대로 착공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 10월까지 설계를 끝내는 게 목표지만 아직 미지수”라며 “신청사 공사 기간 토양 정화도 함께 이뤄지도록 하는 등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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