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팀들은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는걸까[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3. 4.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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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마지막 K리그 우승은 2008년. 감독은 차범근(69)이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KBO리그 우승은 1999년. 핵심선수는 구대성(53)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은 염종석(50)이 핵심선수로 활약하던 1992년이다.

이들은 한국 축구와 야구에서 대표적으로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팀들이다. 물론 이보다 더 오래 우승을 못하는 팀도 있지만 이들과 달리 투자를 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꾸준한 투자를 했음에도 늘 제자리 걸음인 팀들. 대체 왜 이 팀들은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을까. 단순히 '감독이 무능해서-선수단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를 너머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본다.

ⓒ연합뉴스

▶실패가 거듭되는 스카우팅

마지막 우승으로부터 수원 삼성은 15년, 한화는 24년, 롯데는 31년이 지났다. 이정도면 그냥 선수단을 다 갈아엎고 처음부터 시작했어도 우승을 2~3번은 했을 햇수다. 그렇다고 이들이 타팀에 비해서 적은 투자를 했는가? 아무리 돈을 적게 썼을 때도 야구는 절반인 5위권, 축구는 6위권 밑으로 선수단 연봉을 기록한 적이 거의 없다. 실제 팀 연봉은 적었다 할지라도 마음 먹으면 더 돈을 쓸 수 있는 모기업도 있다. 아무리 투자가 안 된다고 해도 최소한 남들만큼 혹은 남들 이상으로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실패한 선수 스카우팅에 있다.

야구는 신인 드래프트, 축구도 신인 드래프트와 자유계약 제도는 물론 일반 FA와 트레이드, 그리고 외국인 선수 영입까지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는 압도적으로 많아줘야 이정도로 우승을 못할 수 있다.

물론 축구 수원 삼성은 최근 국가대표가 된 오현규로 대표되는 신인 선발, 염기훈으로 대표되는 영입, 타가트, 산토스로 대표되는 외국인 선수 성공적인 선발이 있었다고 반문할 수 있다. 야구에선 한화도 류현진과 김태균을 신인 선발했고 FA로 정근우를 데려왔다. 또한 롯데는 손민한, 이대호를 뽑고 펠릭스 호세로 대표되는 외국인 선수, FA 성공사례인 홍성흔 등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몇 십년간 이게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고 나머지 신인-FA-외국인 영입에서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 삼성은 소위 '리얼 블루'로 대표되는 매탄고 유스 출신 선수들에게 너무 매몰돼있지만 정작 지속적으로 수원에서 뛰는 매탄고 출신은 많지 않다. 매탄고 출신이 국가대표급까지 성장하는 사례도 드물어졌다.

롯데는 2006년 그 유명한 '류현진 거르고 나승현'이라는 신인 스카우트를 했다. 한화는 2005년 '오승환을 거르고 양훈'을 뽑거나 2015년 전체 2번으로 뽑은 최영환을 2년 만에 방출하고, 2018년 1차 지명한 성시헌을 1년 만에 방출할 정도로 신인 스카우트에 실패했다.

이렇게 몇 년 혹은 몇 십년간 잘못된 신인 스카우트와 영입, 외국인 선수 계약을 추진한 프런트는 '다음에 잘하자' 혹은 '어쩔 수 없다', '그 팀에 갔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라는 무책임한 회피성 말 뿐이다.

ⓒ프로축구연맹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면 기가 막히게 외국인 선수가 리그 MVP급 활약을 한다거나(수원 타가트, 한화 윌린 로사리오, 롯데 조쉬 린드블럼) 가끔 신인이 터져(수원 오현규, 한화 류현진, 롯데 이대호) 상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팀을 구성하는데 S급 선수 1명보다 A~B급 선수 여러 명의 성공이 단체 운동에서는 필수적이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S급 선수와 나머지 선수간의 간격을 좁혀줄 스카우팅에서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 정도 돈을 쓰지 않고도 더 좋은 성적을 내는 포항 스틸러스, 키움 히어로즈, kt wiz 등의 사례가 있으니 항변할 수도 없다.

▶철밥통 구단 프런트

부진한 팀들의 일부 프런트를 보면 오랜 기간 해당 팀에서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거나 회전문 인사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팬들은 그나마 유명한 대표나 단장, 혹은 구단 운영에 크게 관심없는 구단주만 비난한다.

그러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감독을 욕하다 잠깐 잘하면 프런트의 실패는 잊혀지는 것을 반복한다. 실패에 관대하고 성공에는 호들갑이다. 이 팀들은 역량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조직 속에 철밥통들의 권력으로 오랜 기간 우승에 실패하고 있다.

스포츠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살펴보면 만년 꼴찌 드림즈의 전 단장은 이세영 운영팀장에게 '망해도 새롭게 망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차피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실패를 두려워하며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인 현실에서는 '망해도 새롭게 망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허무맹랑할 뿐이다.

ⓒ연합뉴스

▶'레전드', 구심점인가 적폐인가

스토브리그에서 배우 조한선이 분한 임동규 캐릭터는 드림즈 4번타자로 오랜 기간 뛰어왔지만 팬들에게만 잘하고, 내부 분위기는 망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단 구성을 하려는 적폐로 묘사된다. 이에 신임 단장은 임동규부터 내보내며 팀을 새롭게 짠다.

오랜 기간 우승 못한 구단에도 공통적으로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 이 선수들은 '내가 그래도 이 팀의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이 정말 팀의 구심점을 했는지 적폐였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건 받는 돈만큼, 압도적 지지를 받는 만큼 성적과 나머지 선수들에게 귀감이 돼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레전드'라는 지위만으로 오히려 감독과 단장의 구단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선수단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받는 선수들로 구성돼있으면서 '레전드' 아래 친목질이나 하며 팬들 앞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척, 간절한 척하며 경기가 끝나면 놀 생각만 하고 시즌이 끝나면 돈을 더 많이 주는 팀을 찾으려는 선수들도 다수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 않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미꾸라지가 개울물을 흐리는 법이다.

결국 기본 스쿼드 질을 보장해줘야 할 스카우팅 시스템의 실패, 구단을 운영하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프런트의 철밥통 행정, 적폐일지도 모를 레전드, 팀 분위기를 흐르는 선수들까지 조화가 이뤄지면서, 이런 것들이 매년 지속적으로 반복되기에 오랜 기간 우승을 하지 못하는 팀이 된 것이다.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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