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왜안와] ②"몇달째 기사 월급도 못 줘"…휘청이는 '서민의 발'
"요금 조정하고, 운영 효율화 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이건희 인턴기자 = 금천 06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김영성(72) 씨는 올해 들어 월급을 제대로 받은 게 한 차례에 불과했다. 2월 월급은 100여만원이 덜 들어왔고, 3∼4월은 아예 입금되지 않았다. 290여만원인 월급이 전액 들어온 것은 1월뿐이다.
김 씨는 "올해 상반기에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면 밀린 월급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하반기로 밀렸다"며 "회사에서는 도저히 임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내년 5월에 퇴직을 앞둔 그는 퇴직금을 제대로 수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최근 회사를 그만둔 동료들이 퇴직금을 50만원씩, 100만원씩 최대 2년에 걸쳐 쪼개 받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직장 동료인 김만철(68) 씨도 "두 달째 월급이 10원도 안 나왔는데 이번 달은 제대로 나오겠냐"며 "월급을 받더라도 50만원, 100만원씩 나눠서 들어온다"고 말했다.
승객 줄고, 공공자전거 등 경쟁자 등장하고…허덕이는 마을버스
요금은 8년째 그대로고, 인건비와 기름값 등 유지비는 올랐다. 반면 마을버스를 찾는 승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좀처럼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마을버스가 위기를 맞은 이유다.
업체 관계자들은 다른 대중교통이 운행하기 어려운 지역인 고지대 마을이나 격오지,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운행되는 마을버스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며 요금 인상과 지원금 확대 등에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마을버스 적자 업체는 2018년 50곳에서 지난해 118곳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100곳)에는 전년 대비 곱절 가까이 늘었다.
지원 금액도 2018년 136억원에서 지난해 495억원으로 약 364% 불어났다.
지난해 8월 한국ITS학회 논문지에 실린 '서울시 마을버스 매출액 및 흑자업체의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서울 마을버스 적자 업체 수는 40%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마을버스 운수 회사 중 상당수가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마을버스 회사 대표 A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재정 지원을 안 받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재정 지원을 받는 것도 모자라 (회사 운영을 위해) 5억원을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마을버스 회사 관계자도 "마을버스 중 절반 이상이 타이어 마모가 심해 교체할 시기가 훌쩍 지났다"면서도 "차량 점검도 받아야 하는데 운영비가 부족해 그냥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마을버스 이용객은 2018년 4억2천920만명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3억1천162만명, 2021년 2억9천684만명으로 3년 새 30.8%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던 지난해에도 3억534만명에 그쳤다.
'서울시 마을버스 매출액 및 흑자업체의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은 "경전철과 공공자전거, 퍼스널 모빌리티(PM) 등 마을버스의 경쟁 관계라 할 수 있는 교통수단 이용률이 오르고, 서울시 역시 이러한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장할 장기 계획이 있다"며 "마을버스 이용자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문현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현재 마을버스 업체 대부분이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노선이 줄면서 승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며 "요금 인상을, 그게 어렵다면 지원액이라도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금 조정하고, 운영 효율화 방안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마을버스가 공익성을 추구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업계의 경영 개선을 위해서는 요금 체계를 개편하고, 지자체나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 연구위원은 "8년째 마을버스 요금이 900원으로 묶여있고, 환승 체계 확대로 인해 마을버스 업체로 떨어지는 수익이 줄었다"며 "적절한 요금 인상과 환승 시 배분 비율을 조정해 해당 업체들의 경영 개선에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도 "시내버스처럼 준공영제로 전환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이럴 경우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에 쉽사리 편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마을버스를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요금 인상"이라고 짚었다.
요금 인상과 지원 확대 등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 위원장은 "이미 운영이 한계에 다다른 운수업체 폐업을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 노선에만 공공 영역에서 관리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민영제와 공영제를 병행해 운영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내버스나 전철 등과는 달리 공공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 마을버스를 대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생겼다"며 "요금을 인상한다면 되레 수요가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마을버스 매출액 및 흑자업체의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도 "마을버스가 준공영제 전환이 필요한 대중교통수단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의) 예산 부담 증가와 민영제가 갖는 장점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준공영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용진 교수는 "'수요응답형(DRT)버스' 서비스 도입 등 운영 체계 효율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DRT버스는 실시간 이용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요 기반 버스 서비스로, 승객의 실시간 이동 수요에 따라 운행 노선과 횟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마을버스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안타깝지만, 아직 뚜렷한 지원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교통서비스정책과 관계자는 "버스 업종이 국고보조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어렵다"며 "지원이 필요하다면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버스의 위기 원인 중 하나는 공공 자전거 등 다른 경쟁 수단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결국 소비자 선택으로 인해 승객이 감소한 것인데 어디까지 지원을 해줘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시교통실 버스정책과 관계자도 "올해 안에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마을버스운송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등 다른 지역 대중교통과 복합적으로 연결됐다는 점을 이유로 운송조합 측이 요구하는 마을버스 요금 인상이나 환승 요금 비율 재조정 등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영제이자 등록제인 마을버스 업계가 적자가 난다고 해서 전액 지원을 할 의무는 없다"며 "운영이 순조로운 일부 업체는 준공영제를 반대하기 때문에 조합 측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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