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의 메리츠’에서 ‘강성부의 KCGI자산운용’으로…어떤 투자 전략 내세우나
지배구조 개선 명성 활용한 ESG 투자전략 강화할 듯
메리츠자산운용의 새로운 사명이 KCGI자산운용으로 결정됐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존 리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차명 투자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올해 1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에 인수됐다. 매각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통주 100%인 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6~7월쯤 마무리되면 인수가 끝난다.
새로 출범하는 KCGI자산운용의 주식 운용은 목대균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 명재엽 전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맡는다.
2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CGI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메리츠자산운용 운영방안을 최종 검토 중이다. 이를 확정한 후에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을 위한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KCGI 내부에서 이 이름보다 더 적합한 이름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금융투자업계에서 KCGI 브랜드가 자리 잡았고, 투자자들도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아 사실상 메리츠자산운용의 이름을 KCGI로 바꾸기로 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KCGI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이름을 딴 첫 운용사다.
KCGI는 행동주의 펀드 1세대인 강성부 대표가 2018년 7월 세운 사모펀드 운용사로 2018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21년 6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한 바 있지만, KCGI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KCGI자산운용의 경영진과 투자 운용역도 대부분 인선이 마무리된 상태다. 대표이사에는 김병철 전 신한투자증권(옛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또 자산운용부문 대표에는 목대균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가 선임된다. 목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글로벌 투자부문 본부장으로 활약했다. 강성부 대표와는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 ‘스믹’ 동기다.
주식 운용을 책임질 매니저에는 40대 초반의 명재엽 전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선임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 KCGI에 합류해 KCGI자산운용의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1983년생인 명 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슈로더자산운용에서 트레이더, 애널리스트 등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3년부터는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에서 테크, 통신 애널리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재직했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160여 년 역사를 가진 미국계 금융회사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Lazard Asset Management)의 한국법인으로 2005년 출범했고 현재는 운용 펀드가 없는 상태다. 국내에 ‘라자드’라는 브랜드를 알린 사람은 공교롭게도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존리 전 대표는 미국 본사인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에서 국내 최초의 행동주의 펀드인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 펀드((Lazard 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를 운영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펀드는 공격적인 지분 확보와 의결권 행사 등으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펀드 운용 자문을 제공한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의 이름을 따 ‘장하성 펀드’로도 불렸다. 라자드 브랜드를 최초로 국내에 알린 존리 대표가 떠난 자리에 바통을 이어받은 주식 운용 매니저가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출신인 셈이다.
명 매니저는 존리 전 대표, 강성부 KCGI 대표와 학연으로도 인연이 있다. 3명 모두 연세대 동문으로 존리 전 대표는 경제학과를 다녔었고 강 대표는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명 매니저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로 이름이 높은 KCGI가 메리츠운용을 인수한 것은 공모펀드를 활용해 행동주의와 연관이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라면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ESG와 관련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시기여서 KCGI의 첫 공모펀드 운용사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에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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