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클라우드, 초거대 AI·반값 정책 승부수… 아마존·MS·구글 추격
“20만개 기업서 베타 요청… 산업별 맞춤형 LLM 개발”
주요 제품가 최대 50% 인하… “강력한 시장 공략 신호”
개발 비용 늘어난 빅3, 가격 인상… 가성비 전략 통할까
서방 중심 보안 우려 여전… 불신 덜한 동남아 우선 집중
중국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뛰어든 데 이어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50%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이달 11일 대규모 언어모델(LLM) ‘통이치엔원’을 공개한 데 이어 26일 산업 분야별 LLM을 파트너들과 공동 개발하는 ‘통이치엔원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내놨다.
장융 알리바바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핀테크, 전자, 교통, 패션 등 20만개 기업으로부터 통이치엔원의 베타 테스트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에는 쿤룬디지털테크놀로지, 롱샤인테크놀로지, 중국교통정보기술, 시지그룹, 용우네트워크테크놀로지, 아시아인포테크놀로지스, CICC자산관리 등 7개 중국 AI 기술 및 서비스 제공업체가 참여했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같은 날 주요 스토리지 제품 가격도 15~50% 인하한다고 밝혔다. 영업 파트너에게 지급하는 연간 총 수수료율 한도는 기존 25%에서 35%로 올린다고 했다.
일련의 발표는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알리바바그룹의 사내 연구기관 ‘다모아카데미’, 업무용 메신저 ‘딩톡’과 함께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으로 통합된 직후 나왔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알렸다. 장융 CEO는 당시 임직원에 서한을 보내 6개 부문으로 사업을 분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부문은 독자적으로 기업공개(IPO) 등 자금 조달을 추진할 예정이며, 각각의 CEO와 이사회를 두게 된다고 했다. 클라우드 부문으로 떨어져 나온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은 장융 CEO가 맡았다.
시장은 알리바바그룹이 1999년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조직 개편을 통해 알리바바클라우드를 전면에 배치한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간 AI 개발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자국 최대 기술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알리바바그룹의 개편안은 창업자 마윈의 갑작스런 귀국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마윈은 중국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한 뒤 약 1년간 해외를 떠돌았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로 5000억달러(약 67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사라진 알리바바가 투자자와 시장을 공략할 준비가 됐다는 강력한 신호다”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선두 기업들과 AI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알리바바클라우드가 모든 산업군을 대상으로 저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클라우드 ‘빅3′가 AI 개발로 늘어난 비용을 가격 인상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이달 초 유럽에서 ‘MS 365′ ‘MS 애저’ 등의 가격을 9~15% 올렸다. 구글도 지난달 ‘워크스페이스’의 월 이용 가격을 20%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 인상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각각 33%, 20%가량 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15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구글은 가격을 내릴 확률이 낮다는 예상이 나온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1분기 클라우드 사업이 1억9100만달러(약 25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보안이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서방을 중심으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알리바바클라우드 등 중국 클라우드 기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우선 동남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23년 아시아 차세대 클라우드 전략 보고서’를 내고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 향후 1년 내 클라우드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일본 등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클라우드 도입이 상당 부분 진전된데다,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고려해 중국 클라우드를 쓰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쉬쉬하는 분위기다”라며 “‘중국산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아직 팽배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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